1만6794명. 5일 제주와 울산간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다.
제주의 2만명 프로젝트는 이날도 아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제주가 2만이라는 숫자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 때문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5월 강원과의 경기 후 "팬들이 많이 와줘서 큰 힘이 됐다. 만약 제주월드컵경기장에 2만명이 들어서면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렌지색은 제주의 상징이다. 박 감독은 지난 2010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우승을 차지하면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르며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박 감독의 이 같은 공약은 축구 불모지인 제주에 인기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백발 대신 오렌지색 머리를 한 박 감독의 모습은 선뜻 상상이 가지 않지만 더 많은 팬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그러나 2만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언저리까지는 갔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화창한 어린이날을 맞아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제주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 팬들을 위해 사생대회, 각종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준비했다. 박 감독도 "요새 두피가 안좋은데"라며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계획대로 경기 전 많은 팬들이 경기장 주변에 모였다. 서귀포시가 주도한 행사 때문이었지만, 이들이 모두 경기장으로 유입된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전반 25분 쯤에 본부석을 중심으로 팬들이 모여들자 안전을 위해 3층 관중석을 추가로 개방하겠다는 안내방송까지 나왔다. 전반 끝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제주 관계자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가능성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최종집계는 1만6794명에서 그쳤다. 경기 후 박 감독은 "다음 홈경기인 FC서울전 때는 2만명이 꼭 넘었으면 좋겠다. 그때 염색할 수 있는 기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서울전 관중동원을 위한 두번째 깜짝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전투복이다. 제주는 26일 서울과 홈경기를 치른다. 이날의 컨셉트는 '전투'다. 제주는 박 감독 부임 후 서울을 맞아 11번의 경기(4무7패)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필승의 의지를 담아 '전투'라는 컨셉트를 잡았다. 이미 홍보물을 위해 전투복을 입고 사진까지 찍었다. 문제는 전투복을 입고 벤치에 앉느냐 여부다. 박 감독은 "자신이 없다. 만약 그렇다면 해외토픽에 날 것 같다. 구단과 상의하고 있지만, 그라운드를 도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마지막까지 고민하겠다"며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감독은 군대를 가지 않았다. 그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특례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구단에서도 이에 맞춰 서울전에 '쏘는' 음식으로 건빵을 준비한다. 지난해 7월 28일 서울과의 경기에 1만6910명이 운집해 한차례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복을 입은 박 감독이 염색까지?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