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대표팀의 토양이라면, 유스시스템은 K-리그의 뿌리다. 우수한 선수를 조기에 발굴-육성하는 것은 구단의 재정 안정, 팬층 강화에 일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K-리그 클래식에 소속되어 있는 14팀 모두 유스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2003년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가 가장 먼저 유스시스템을 출범시켰고, 지난해 강원FC가 막차를 탔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요구하는 클럽 라이센스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 팀별로 의무적으로 유스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유스시스템에 포함됐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유스시스템에서 프로 무대까지 생존하는 선수의 비율은 불과 2~3% 정도다.
씨를 뿌리는 시기가 빠르면 수확도 앞당겨진다. 지난 5월 5일까지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포항과 울산은 각각 15명, 10명의 유스시스템 출신 1군 선수를 보유한 팀으로 조사됐다. 포항은 전체 1위, 전남은 FC서울(13명)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5명 이하가 10팀, 유스 출신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구단이 2팀(제주, 강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기록이다.
포항과 전남이 유스 시스템의 성과면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의 정책 덕분이다. 두 팀 모두 유스 시스템을 출범하면서 가급적 외부 투자보다는 유스 선수를 주전으로 올리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 형제 중 형님인 포항이 좀 더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포항은 올 시즌 전체 33명의 선수 중 15명(45%)이 유스 출신이다. 리그 경기에 최소 1회 이상 출전한 주전급 선수의 수도 11명에 달한다. 전남은 36명의 1군 선수단 중 10명(29%)이 유스 출신이고, 주전급은 9명(26%)이다. 비슷하게 출범했으나, 차이는 꽤 크다. 포항과 전남은 앞으로도 외부 투자보다는 유스 출신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런 정책이 유스 출신만의 '끼리끼리 문화'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포항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통한 일체감 형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유스시스템 주도권을 포항과 전남이 계속 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뒤늦게 유스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은 다른 구단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포항, 전남보다 4년 늦게 유스시스템을 공식 출범한 서울은 6년의 짧은 기간 만에 클래식 2위권으로 올라서는 성과를 냈다. 최근 중-고교 무대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수원 유스(매탄중-매탄고)의 추격도 무섭다. 연령대별 청소년대표팀 숫자에서도 수원이 17명으로 1위, 울산이 15명으로 2위를 달리는 반면, 포항은 11명으로 3위, 전남은 3명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 연고팀인 서울, 수원의 지리적 이점을 무시하기 힘들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최근 들어 지방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유스 쪽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순수 유스 출신 선수 발굴이다. 중-고교 재학 중인 타 학교 선수를 스카우트해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팀에서 진행 중인 이런 스카우트 방식이 결국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유스시스템의 본질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각급별 유스팀에서 최소 80% 이상이 순수 유스 출신이 되어야 궁극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