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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열심히 풀타임을 다 뛰었는데… 이거, 섭섭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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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4부리그(리그2) 팀과의 컵대회지만 해리 레드냅 감독은 챔피언십 개막전과 거의 같은 1군 엔트리를 출전시켰다. 아르망 트라오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셰필드 웬스데이전과 같은 라인업이었다. QPR은 전반 2분 '이적생' 찰리 오스틴의 선제골, 후반 4분 수비수 심슨의 추가골에 힘입어 2대0 완승을 거뒀다. 트라오레 자리를 꿰찬 '왼쪽 풀백' 윤석영은 안정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던-심슨-클린트 힐과 포백라인을 맞췄다. '한수아래' 엑세터를 상대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 42분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토마스 도허티로부터 중원에서 프리킥 찬스를 유도했다. 후반전엔 직접 슈팅까지 쏘아올리며 공격에 가담했다. 후반 13분 쇄도하는 조이 바튼을 향해 날카로운 전방 킬패스를 찔러주며, 1대1 찬스를 만드는 등 영리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7개월만의 데뷔전이다. 그간의 마음고생도 깊었다. 사실 QPR의 강등이 확정된 지난시즌 끝 무렵, 데뷔전 기회가 한차례 있었다.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두고 윤석영은 해리 레드냅 감독을 직접 찾아갔다. "왜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레드냅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2경기에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출전 준비를 하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바로 다음날 훈련중 햄스트링을 다쳤다. 그토록 기다렸던 기회가 왔는데 어이없이 다쳐버렸다. 속상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축구를 하며 꿈꿔왔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나' 좌절감도 밀려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런던, 프리시즌을 착실히 겪어냈다. 감독의 속마음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감독의 '눈도장'과 무관하게 '영국에서의 축구를 즐기자'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 견뎌내고 있다.
이날 윤석영은 런던에서 3시간 떨어진 엑스터시티까지 '나홀로' 원정, '나홀로' 데뷔전을 치렀다. "지성이형의 빈자리가 크다"고 했다. 이적 후 힘든 시기, 존재만으로도 믿고 의지했던 '캡틴' 박지성의 에인트호벤행이 확정된 직후다. "지난 6개월간 지성이형을 가까이서 보고 배운것이 정말 많다. 내일 아침에 훈련장에 들르신다고 했다. 작별인사를 나눌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윤석영의 진정한 첫시즌, 진짜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리그 데뷔전 시기도 기대를 모은다. 11일 챔피언십 2라운드 허덜스필드전을 앞두고 트라오레와의 주전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1년 전, 스물두살의 윤석영은 영국 카디프시티에서 펼쳐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주최국 잉글랜드를 꺾고, 4강행 '미라클'을 썼다. 1년 후 스물세살의 윤석영은 7개월의 지독한 기다림 끝에 영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또다시 1년 후 스물넷의 윤석영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스물세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는 '미당' 서정주의 시처럼,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 역시 8할이 '바람'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