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브라질-말리와 2연전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 한다면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의 재발견이다.
기성용(선덜랜드)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한국영은 브라질과 말리의 공격수들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특유의 왕성한 기동력은 물론이고, 과감한 태클과 몸싸움, 깔끔한 공수조율능력을 선보였다. 한국영의 등장으로 기성용의 파트너 문제도 해결되는 모습이다. 수비력이 뛰어난 한국영의 존재로 기성용의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한국영은 축구팬들에게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브라질전은 한국영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선발출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영은 "당일날 미팅때 선발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TV에서 보던 슈퍼스타들이 눈앞에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한국영은 "경기 전부터 몸상태가 좋았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대단한 선수들이었지만, 같은 축구선수라고 생각했다.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미련이 남지 않을만큼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모든 브라질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했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네이마르(바르셀로나)였다. 그는 "공을 잡으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았다. 1대1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태권축구'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거친 것도 축구의 한부분이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더티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거칠었던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더러운 축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영은 주연보다 조연을 선호한다. 브라질전 후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성용이형의 능력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선수인만큼 빛나고 싶은 생각이 분명 있을터. 하지만 한국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에 욕심없다. 팀의 일원으로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했다. 성숙한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은 은사님들의 가르침이 컸다. 한국영은 "여러 감독님을 만났다. 모두 팀과 희생을 강조하셨다. 지금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그 가르침이 몸에 벤 것 같다"고 했다. 한국영은 기성용과 함께하는 것에 만족한 모습이다. 그는 "성용이형은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다. 그의 가세로 팀 전술이 바뀌었다. 두 경기를 함께 뛰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 앞으로도 성용이형을 잘 받쳐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2연전을 통해 한국영이 한발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중원은 여전히 홍명보호의 가장 큰 격전지다. 하대성(서울) 이명주(포항) 박종우(부산) 등이 주전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국영도 밀리고 싶은 마음은 없단다. 그는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발전을 하고 싶다. 나만의 장점을 내세운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영은 본인의 장점으로 2선 침투 커버링과 과감한 태클, 공간 압박 등을 꼽았다. 특히 태클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 한국영은 "따로 연습한 것은 아니지만 볼을 뺏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항상 뺏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성실함이다. 한국영은 원래 공격에 일가견이 있는 테크니션이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수비가 뛰어난 '투사'로 변신에 성공했다. 브라질-말리전을 통해 보완점도 발견했다. 그는 "빌드업 때 공격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패싱력이나 득점력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2013년 1월 만났던 한국영의 목표는 A대표팀 발탁이었다. 그는 목표를 달성했다. 새로운 목표가 궁금했다. "축구선수라면 모두 월드컵을 꿈꾼다. 나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은 목표가 아니라 소원이다. 지금이 월드컵을 위한 출발선이다." 한국영은 부상으로 런던올림픽에서 낙마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시련을 이겨낸 한국영은 더욱 강해졌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조금씩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려웠던 A대표팀에서의 생활도 즐거워졌다. 오히려 다음 소집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한국영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