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미수범 붙잡은 신영준, 위기의 포항도 구했다

기사입력 2013-10-30 17:10


◇포항 신영준(오른쪽)이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인천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미드필더 신영준(24)의 1주일은 1년 만큼 길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기량이나 공격포인트 때문이 아니었다. 뜻밖의 선행이 화제가 됐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혈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황선홍 감독의 허락 하에 선수단 전체 휴가를 받았다.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려간 고향 부산에서 절체절명의 상황과 맞닥뜨렸다. 성폭행 위기에 처한 여성의 외마디 비명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발빠르게 근처 건물에서 CCTV를 확인한 뒤 범인을 추격 끝에 붙잡아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에 인계했다. 조용히 지나가려 했던 숨은 선행은 세상에 알려지며 박수를 받았다. 부산진경찰서는 '용감한 시민상'을 전달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거의 모범이 된 신영준에게 선행상을 수여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상황 임에도 신영준에겐 걱정이 앞섰다. 포항 구단 관계자에게 속내를 털어 놓았다. "관심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그때 일이 계속 오르내리는 게 피해를 당할 뻔 했던 여성의 기억을 되살리는 단초가 될까 걱정이다." 선수인 만큼 그라운드에서 경기로 말하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을 뻔했던 시민을 구해낸 멋진 선행에 승리의 여신이 화답했다. 신영준은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42분 천금같은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견인했다. 포항은 신영준의 결승골로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 부진을 끊음과 동시에 선두 탈환의 희망을 살렸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중요한 득점을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했다.

경기 후 신영준의 스타성이 새삼 화제가 됐다. 올 시즌 자신을 포항에 맞트레이드로 내보냈던 친정 전남과 맞닥뜨린 지난 8월 25일 결승골을 터뜨린데 이어 또 한 번 극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본인도 놀란 눈치다.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을 해 굉장히 기쁘다."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신영준은 "크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까지 받아 쑥쓰럽다"며 "그(사건)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내 양심이 피할 수 없었다. 끝까지 도와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휴가를 마치고 팀에 복귀하자 동료들은 '영웅'이라고 놀렸는데 내가 다쳤을까봐 혼을 낼 줄 알았던 감독님은 아무런 말도 안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어색했는데, 오늘 득점으로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었다.

포항은 신영준에게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전남과 같은 모기업에 유스 기반까지 똑같지만, 무게감은 천지차이다. 한층 살벌한 경쟁환경도 신영준에겐 압박이 될 만하다. 신영준은 "전남 시절엔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포항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싫어 최대한 노력했다. 황 감독도 신뢰를 보여줘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팀이 리그에 우승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포항에서 올 시즌 5골을 넣는게 목표였다. 마지막까지 노력해 꼭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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