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품은 최용수 감독, 변화 두려워하지 않았다

최종수정 2013-11-27 08:01


1년 전 K-리그를 품은 최용수 FC서울 감독(42)이 아시아도 품었다.

최 감독은 26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인 지난해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1년 만에 아시아 최고의 지도자에 올랐다. K-리그는 지난해 김호곤 울산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진일보한 발걸음이었다. 최 감독은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다. 상대는 '큰 손' 광저우 헝다(중국)였다. 선수들의 몸값은 비교가 안됐다.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65·이탈리아)의 연봉이 1100만유로(약 160억원)인데 비해 최 감독의 기본 연봉은 2억5000만원이었다. 리피 감독의 연봉이 무려 64배나 높았다.

선전했다. 패전도 없었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2대2로 비긴 후 2차전 원정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2무였지만 한 골이 부족했다. 원정 다득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후유증이 있더라. 며칠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보고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멘붕' 상태였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었다.

아시아 감독상 수상으로 또 다른 탈출구를 마련했다. AFC 올해의 감독상은 아시아 출신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리피 감독은 후보에 오를 자격이 없다. 아시아 출신 사령탑 중에서는 최 감독이 최고였다.

나이와 감독 경력만 보면 최 감독은 여전히 '햇병아리'다. 몇몇 관계자는 지난해 K-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운'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올해는 더 특별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해 성공의 근간인 4-3-3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렸다. 안정 대신 공격을 선택했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는 새로운 꽃을 피웠다. 최근에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3-4-3 포메이션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과거의 스리백이 아니다. 7명이 융단폭격하는 새로운 공격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위상은 한껏 높아졌고, 실력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코치로 있으면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다. 하지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 이장수→귀네슈→빙가다→황보관 감독을 보좌하면서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감췄다. 배우고 또 배웠다. 2011년 4월 26일 드디어 감독 최용수 시대가 열렸다. 황보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자 그 자리를 채웠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환희의 마침표를 찍었다.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우승 후유증이 있었다. ACL에선 순항했지만 K-리그에선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7연승으로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서울은 ACL과 병행하면서 K-리그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 ACL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감독은 2014년 아시아 정상에 재도전한다.


그는 수가 만수다. '형님 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홈경기 합숙 폐지 등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지만 엄격하게 관리한다. 시즌내내 팽팽한 긴장의 끈이 이어진다. 천하의 데얀도 그의 말 한마디에는 꼬리를 내린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쥐락펴락한다. 선수들과의 두뇌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승부욕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싸우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감독은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현역 시절 신인상(1994년), 최우수선수상(MVP·2000년)을 수상했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후에는 지난해 K-리그에 이어 올해 AFC 감독상까지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룩했다.

아직 젊고,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았다. 최 감독은 수상의 영광은 하루로 족하다고 했다. 또 다른 미래를 향한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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