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포항 선수단이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세리머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
꼬박 4년 전인 2009년, 포항은 세계를 누볐다.
아시아챔피언의 자랑스런 타이틀이 포항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빛났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체제에서 알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무대에 섰다. 에스투디안테스(아르헨티나)에 막혀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드림매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3, 4위 결정전에서 아틀란테(멕시코)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아시아 팀 대회 최고 성적 타이인 3위에 올랐다. 아시아의 눈이 꿈 같은 도전에 나선 포항으로 쏠렸다.
2013년, 포항은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동시에 제패한 진정한 더블의 역사를 썼다. 내년에 또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한 발걸음을 뗀다. 하지만 4년 전과 같은 꿈의 도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축구를 제패한 포항의 패스축구와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은 모두가 인정한다. ACL은 다른 세상이다. 포항이 잠자는 사이 아시아 축구계의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승점 100점에 가까운 파죽지세로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ACL에 나선 FC서울도 '돈의 힘'을 앞세운 광저우 헝다(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포항에게 ACL은 낮설지 않은 무대다. 내년까지 3년 연속 도전이다. 그러나 지난 2년 간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2년 연속 조별리그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현역시절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상대를 벌벌 떨게 했던 황 감독의 가슴엔 깊은 상처가 남았다.
과연 포항이 더블의 명성을 ACL까지 이어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두 말 할 것 없이 투자다. 올 시즌 포항은 빈손이었다. 전력은 보강되지 않았고, 공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마저 없었다. 뛰어난 유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모기업 포스코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궁여지책이었을 뿐이다. 기적의 더블 뒤에는 황 감독과 선수단, 구단 프런트의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항의 더블은 그래서 더욱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래선 안된다'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맥없이 쓰러졌던 과거를 반복한다면 더블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황 감독도 더블 달성 뒤 작심한 듯 속내를 털어놓았다. "(내년엔) 분명히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구단과 상의해서 올 시즌 부족하고 불안했던 부분을 보완할 것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구단과 이야기를 할 것이다."
포항은 2013년 K-리그의 대표 브랜드였다. 숱한 이슈를 뿌렸고, 클래식 최종전까지 흥행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와중에 누린 광고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앞장서 전용구장(스틸야드)을 건설하고, 유스 시스템을 뿌리 내리게 한 이유 중 하나다. 땀과 결실로 맺은 성과는 지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추억이 될 뿐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누비는 포항이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다가올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