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원, 투자와 육성 사이에서 길을 잃다

최종수정 2013-12-03 09:41

올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가 펼쳐졌다. 한글날인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에서 수원 서정원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역대전적에선 수원이 우세하나 올시즌은 서울이 지난 8월 3일, 수원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치욕에서 탈출하는 등 시즌 전적에선 서울이 1승 1무로 앞서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09/

수원 삼성이 길을 잃었다.

수원은 올 시즌을 5위로 마쳤다. 4위 서울과의 승점차는 9점이었다. 6위 부산에게 승점 1점차로 간신히 앞섰다. 이제 수원에게 명문이라는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다. 수원은 2008년 리그 우승 이후 계속 하락세다. 2009년 10위에 그쳤다. 2010년에는 7위를 했다. 2011년과 2012년 4위를 차지하면서 살짝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무기력한 모습으로 5위에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스플릿 이후 그룹A에서 3승3무6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동네북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원은 2013년 한 해를 '리빌딩'으로 썼다. 가능성도 보였다. 서정원 감독이 들고나온 빠르고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가 어느 정도 팀에 정착됐다. 유스팀 출신 선수들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민상기와 연제민 권창훈 추평강 등이 기회를 얻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보여줄 구단의 자세다. 수원 구단은 올 시즌 내내 '예산 삭감'에 목숨을 걸었다. 시즌 시작 전 겨울 이적 시장에서 경쟁 구단에 밀렸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스테보와 라돈치치, 보스나 등을 내보냈다. 제대로 된 전력 보강은 없었다. 수원 구단은 '프로 연맹의 선수 연봉 공개 때문에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이 줄었다'며 비난의 화살을 프로연맹으로 돌렸다.

연봉공개의 뜻을 왜곡해도 한참을 왜곡한 처사다. 연봉공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투명한 자금 운영과 마케팅 등 팬들을 위한 투자를 늘리게 하자는 의도다. 한마디로 기형적인 운영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뒷돈 거래, 눈먼 돈을 없애자는 것이다. '연봉공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구차한 핑계'일 뿐이다.

이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쓸 돈은 써야 한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투자다. 그 선수를 통해 성적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팀 내 경쟁을 통한 경기력 상승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스타 선수가 팀 내 어린 선수에 미칠 긍정적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수원은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 시장 확대의 첨병 역할도 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마찬가지다. 수원 관계자들은 "수원에서 왔다고 하면 선수의 몸값이 2~3배 오른다"고 하소연한다. 그 이면을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그동안 '앞뒤 재지않고 영입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쪽은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대신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적정한 가격의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만 한다. 가격 협상도 구단의 능력이다.

물론 수원이 올해 더블을 차지한 포항처럼 할 수도 있다. 그를 위해 유스팀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처럼 하려면 확실히 체크해야할 점이 있다. 포항이 유스팀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첫 열매인 2007년 리그 우승을 하기전까지 10년동안 포항은 리그 중위권을 맴돌았다. 포항의 영광은 기나긴 인내의 산물이었다. 과연 수원도 포항처럼 오랜 시간을 참을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