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주'를 '최초 승격팀'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기사입력 2013-12-07 16:14


7일 강원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상주상무와 강원FC의 경기가 열렸다. 4일 상주구장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상주가 2골을 터뜨린 이상협의 활약을 앞세워 4대1로 크게 이겼다. 상주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2.7

2011년 12월, '위기의 상주 상무호'를 맡을 당시 우려가 많았다. 매 해 절반 이상의 선수가 새로 바뀌는데다 다른 프로팀과 달리 국군체육부대(국방부)와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1년 5월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려야 할 임무까지 떠 안게 됐다.

'쉽지 않다'던 그 길을 그는 걷기로 결심했다. "조그만 도시에서 K-리그 팀을 육성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상주의 축구 열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취임 일성이었다.

상주 상무의 사령탑 박항서 감독의 얘기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2012년 9월 시즌 중 강제 강등의 직격탄을 맞고 시즌을 접어야 했다. 9월부터 이듬해인 올해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기 전까지도 '아마추어 전환'을 논의할 정도로 불안한 행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박 감독은 '위기의 상주 상무호'를 이끌고 챌린지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리고 마침내 K-리그 최초 승격팀의 사령탑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상주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승격팀이 됐다. 상주는 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강원에 0대1로 패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4대1의 대승을 거둔 상주는 1,2차전 합계 4대2로 승리를 거두며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지난 2년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철저한 선수 선발, 소통을 통한 선수단 장악, 믿음의 축구로 위기의 팀, 상주 상무를 챌린지 정상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취임 전 이미 선발된 기존 자원이 아닌 박 감독이 원하는 선수로 팀을 꾸리게 된 것이다. 입대 원서를 낸 선수들을 상대로 서류 심사와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며 필요한 포지션별로 선수들을 수급했다. 시즌 초반 엇박자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로 '초호화 멤버'를 꾸렸지만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2년간 시간을 보내고 제대하면 된다'는 선수들의 정신 상태도 문제였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박 감독은 선수단 정신 개조에 먼저 나섰다. '개인'이 아닌 '팀'을 앞세웠고, 군인 정신과 동시에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부진은 8월까지 이어졌고 위기도 찾아왔다. 7월부터 8월까지 열린 6경기에서 2승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최고의 선수층'을 보유하고도 2위에 머물고 있는 성적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다. 이에 박 감독의 '인내'를 외쳤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팀을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로 병원 신세까지 졌지만 강한 믿음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박 감독은 "7개월 가까이 2위를 하면서 여러가지로 마음 고생이 많았다. 보이지 않게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구단주인 성백영 상주 시장과 윤흥기 국군체육부대장, 이재철 상주 대표이사가 박 감독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상주는 지난 9월 1일 안양전 승리(2대0)를 시작으로 11연승을 질주하며 경찰축구단을 밀어내고 챌린지 초대 챔피언까지 등극했다. 11연승은 K-리그 역대 최다연승 기록이다. 채찍과 당근을 동반한 선수단 장악과 뛰어난 용병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선수들을 아버지같이 다독이며 최고의 컨디션을 낼 수 있게 만든 박 감독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승의 상승세는 승강 플레이오프에도 이어졌다. 지난 4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4대1로 대승을 거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승이다. 챌린지 최고의 창이 클래식 방패를 무너뜨렸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 감독의 전략이 돋보였다.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2차전에서 '안정'을 택했다. 고재성과 정 훈 등 수비 성향이 강한 선수들에게 양 측면 공격을 맞겨 강원의 공격 루트를 적절히 차단했다. 후반에는 노련함이 더욱 돋보였다. 이미 기세가 꺾인 강원을 상대로 수비 강화 대신 이상협 이승현 김동찬 등 공격자원을 대거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불어 넣었다. 이미 힘이 빠진 강원은 더이상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1대0의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종료 휘슬이 불자 박 감독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 K-리그 최초 승격팀 사령탑의 여유로운 미소였다. 지난해 강제 강등의 아픔을 겪은 상주는 박 감독의 노련한 지휘 속에 2년 만에 클래식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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