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전역기념식을 갖은 이상협(왼쪽)과 최철순. 사진제공=상주 상무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미친왼발' 이상협(28)과 '최투지' 최철순(27)이 군복무를 마치고 4월 1일 전역했다. 2012년 7월 2일 입대한 이후 21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이상협과 최철순은 1일 전북에 합류해 '민간인' 신분으로 K-리그 클래식에 참가한다. 21개월간 동고동락했던 상주 동료에게도 창과 방패를 겨눈다.
이들에게 군생활은 '힐링'의 시간이었다. 이상협은 군복무 기간동안 '개과천선'했다. 2006년 FC서울에 입단해 제주와 대전(임대)을 거쳐 상주에 입단한 이상협은 왼발 슈팅이 워낙 정교하고 강해 '미친 왼발'이라는 별명이 갖고 있다. 그러나 제주로 이적한 이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구단과의 불화로 잠시 방황을 했다. 대전 임대 이후에도 8개월간 '개점 휴업'했고 결국 입대를 택했다. 터닝 포인트였다. 꾸준한 몸관리로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이상협은 지난해 29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챌린지 득점 순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활약에 이상협은 전북 이적에 성공했다. 최철순은 '성실함'을 앞세워 두 시즌 동안 상주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맹활약했다. 말년 휴가도 반납하고 전역 전 마지막 경기인 포항전(26일)까지 소화한 그는 상주의 '복덩이'로 통한다. 유독 팬이 많다. 전북 팬 뿐만 아니라 상주 팬들도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료시켰다. 팬들의 사랑은 '최투지' 최철순이 그라운드에서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민간인으로 거듭난 이상협과 최철순은 지난 2년간의 군생활을 이렇게 정리했다. 제주-대전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상주에서 전성기를 연 이상협 "홀가분하다. 얻은게 정말 많다. 입대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축구를 그만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골을 넣으니 '아직도 운동하냐. 살아났구나'라며 반겨줬다. 방황하는 시간을 먼저 보내고 입대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내 자신이 많이 변했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이제 운동에만 전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상주에서 왼측면 수비수로 거듭난 최철순은 "정말 상주에서 행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어 경쟁하고 배웠다. 상주 팬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아 기뻤다"며 웃었다.
그러나 옛정은 접어둬야 한다.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노리는 전북에 합류해 치열한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상주도 이제 전북이 물리쳐야 할 적일 뿐이다. 상주전을 상상하는 이들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최철순은 "내 스타일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히려 상주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래야 나를 좋아해줬던 상주 팬들도 좋아할 것이다. 120% 뛰는게 아니라 150% 뛰겠다"라고 했다. 이상협은 득점을 노렸다. "이제 전북의 공격수이기 때문에 상주전에서도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북 합류를 앞둔 소감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최철순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주전 경쟁이 걱정되지만 지는 것을 싫어한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 무한 오버래핑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이상협은 "과대평가 받았다는 생각때문에 부담감도 있다. 감독님이 한방 있는 슈팅을 주문하실 것 같은데 거기에 보답해야 한다. 주전은 아니어도 조커로라도 자리잡고 싶다. 감독님께 인정을 받는게 먼저다"라고 답했다.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주전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전북도 이들의 합류를 반겼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가 계속 많고, 피로 누적 및 부상자가 있다. 이상협과 최철순이 모두 공격과 수비에서 능력이 있는 선수라 팀에 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당장 서울전(4월 6일)부터 투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