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1위-자취 감춘 외국인선수, 야구와 다른 K-리그 현주소

기사입력 2014-04-14 07:30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불과 얼마전까지 외국인선수들을 '용병'이라 했다.

용병이란 '돈을 주고 고용한 병사'라는 뜻이다. 모집한 일반 군인만으로는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용병들을 데려왔다. 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선수들이 갖지 못한 특출난 능력이 외국인선수의 존재가치다.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선수는 의미가 없다.

K-리그 클래식에 '진짜' 외국인선수가 사라졌다. 포항처럼 외국인선수를 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경기를 결정지을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없다는 얘기다.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수원의 클래식 8라운드 경기가 바로미터다. 인천은 니콜리치와 이보를 투입했지만,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몸싸움이나 개인기, 결정력 모두 국내선수들과의 변별력을 찾기 힘들었다. 인천은 이들의 부진 속에 7경기 무득점으로 최다 연속 경기 무득점 타이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다른 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2~13일 열린 클래식 8라운드에서 외국인선수가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단 한개였다. 이들의 부진 속에 6경기에서 10골만이 터졌다. 경기당 2골이 되지 않는다. 축구의 꽃은 골이다.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장에 팬들이 찾을리 만무하다.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선수는 대단히 중요하다. 외국인선수 영입이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있다. 가빈과 레오라는 외국인거포를 앞세운 삼성화재는 전무후무한 프로스포츠 7연패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올시즌 프로야구를 살펴보자. 수준급 외국인타자가 가세한 프로야구는 아예 리그 판도가 바뀌었다. 외국인타자들이 기대대로 많은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타고투저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매경기 많은 득점이 쏟아지며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타자가 가세했기 때문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수준급'의 외국인타자들이 들어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클래식은 다르다. 득점랭킹이나 도움순위표에서 외국인선수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투자를 안한 탓이다. 득점 10위 안에 포함된 외국인선수는 2골을 기록한 스테보(전남) 뿐이다. 그나마도 경기당 득점수로 9위에 올랐다. 5골을 기록 중인 1위 김승대(포항), 2위 김신욱(울산)과는 3골차다. 전체를 통틀어도 2골을 기록한 외국인선수는 4명(레오나르도(전북) 스토야노비치(경남) 드로겟(제주)) 뿐이다.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시즌 19골로 득점왕에 오른 데얀을 비롯해 3위 페드로(17골) 4위 케빈(14골) 7위 하피냐(울산·11골) 등이 순위표를 점령했다. 2년 연속 몰리나(서울)가 1위를 차지했던 도움부분에서는 아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선수가 없다.

데얀(장쑤) 케빈(랴오닝) 등이 떠나고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모두 낙제점이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선수 중 골맛을 본 선수는 중 스토야노비치, 바우지비아(성남), 카이오(전북) 뿐이다. 서울이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데에는 '데얀의 대체자' 하파엘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절대 1강'으로 평가받은 전북 역시 마르코스, 카이오의 부진이 길어지며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른 팀들도 비슷하다. 스테보의 전남 정도를 제외하고 외국인선수가 주포로 나서는 팀이 거의 없다. 일단 시즌이 다가와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왔지만, 줄어든 살림살이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선수들을 압도할만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없다. 없는 살림에 데려온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클래식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힘들겠지' 했던 포항의 선두질주는 특급 외국인선수의 부재와도 연관이 있다. 포항은 올해도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선두를 질주 중이다. 8경기에서 18골이라는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어설픈 외국인선수 기용하느니 조직력을 극대화시킨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올시즌 외국인선수들은 오히려 뛰어난 국내선수들보다 떨어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각팀 외국인선수들이 해결사로 뛰었다. 원래 외국인선수는 국내선수의 1.5배는 해줘야한다. 하지만 올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중요한 경기에서는 고만고만한 외국인 선수들보다는 국내선수들의 끈끈한 응집력과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분석했다.

포항의 선두 질주는 그래서 씁쓸하다. 모두가 말하는 '클래식 위기론'의 결정체기 때문이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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