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수원)는 월드컵 휴식기 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 5일 경남전(0대0 무)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침묵했다. 로저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다. 로저는 9일 선발로 나선 후반기 첫경기 울산전(3대2 승)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정대세는 이날 후반 인저리타임에야 비로소 투입됐다. 12일 슈퍼매치 서울전(0대2 패) 후반 25분 산토스 대신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9일 인천전(3대2 승)에선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다. 서정진(1골1도움) 산토스(1골1도움) 로저(1도움) 등 동료들의 활약을 벤치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2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부산-수원전 선발 엔트리엔 정대세의 이름 세글자가 또렷했다. 4경기만에 선발이었다. 경기전 서정원 수원 감독은 "프로에서 경쟁은 당연한 것아니냐,정대세는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다. 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한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독기가 바짝 올랐다.
결국 굶주린 정대세가 수원을 살렸다. 수원은 전반 46분 정대세의 선제골, 후반 33분 산토스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수원은 전반 내내 윤성효 부산 감독의 '깜짝 스리백' 작전에 고전했다. 이경렬 이원영 김찬영등 3명의 센터백이 박스 중심에 늘어섰다. 왼쪽 날개 장학영, 오른쪽 날개 한지호가 공수에서 폭넓은 활동량으로 수원 공격진을 압박했다. 직전 울산전, 인천전에서 3골을 터뜨리며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선보인 수원에 대비한 맞춤형 선택이었다. 2011년 수원 감독 시절 재미를 봤던 3-4-3 포메이션으로 수원을 공략했다. '세계축구의 대세' 스리백을 오랜만에 선보였다. 전반 내내 윤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전반 40분 홍철의 중거리슛이 수원의 첫 슈팅이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전반 한끗차, 정대세의 집중력이 승부를 결정했다. 종료 직전 부산 수비진이 흐트러진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굶주린 야수처럼 정대세가 문전으로 돌진했다. 서정진이 찔러준 볼을 왼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은 후 환호했다. 지난 4월 19일 울산전(2대2무) 이후 3달만에 골맛을 봤다. 월드컵 휴식기 직후 4경기 중 3경기에 나섰고 선발은 단 한차례뿐이었다. 잔뜩 독오른 정대세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골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두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시즌 4호골을 자축했다. 수원은 2연승을 달리며, 승점29(8승5무4패)를 기록했다. 3위 전남과 4위 제주를 승점 1점차로 위협하게 됐다. 이날 제주-전남의 3-4위 전쟁에선 제주가 2대0으로 승리하며 전남과 나란히 승점 30을 확보했다.부산 아이파크는 8경기 연속 무승(2무6패) 늪에 빠졌다. 부산=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