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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정상 등극 후 나흘이 지났다.
앞으로 방문을 잠그고 살아야겠어
차두리는 지난 9월 A대표팀에 복귀한 뒤 '노장이 잘 못하면 팀에 짐이 된다'는 말을 했다. 고참의 책임감을 그대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전북에 노장이라는 단어는 없다. 이동국은 "(차)두리는 (김)남일이형에 비해 젊은 편인데…. 두리는 어떨지 몰라도 남일이형은 한창 때다. 패스에 몸싸움, 골 결정력까지 갖춘 최고의 선수"라고 웃었다. 그는 "고참들은 아무래도 팀이 연패 등 부진에 빠지면 괜히 '나때문인가'하는 생각을 한다. 우승을 하니 다 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노장'이라는 단어를 두고 머뭇거리던 김남일을 바라보던 최 감독이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리했다. "내년에 뛰겠다는거냐 말겠다는거냐, 훈련 못하겠다고 하면 내가 지게에 지고 훈련장에 데리고 가겠다."
김남일 놀라게 한 이동국의 '가슴트래핑'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남자의 첫 만남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양대 재학 중이던 김남일은 포항의 '새내기' 이동국과 맞닥뜨렸다. 김남일은 "포항에 이동국이라는 선수가 왔다는 걸 말로만 들었던 때였다. 우연찮게 연습경기에서 내가 마크맨으로 나섰다. 공중볼을 잡으려는데 (이)동국이 가슴에서 볼이 사라지더라. '뭐지'하는 생각이었다." 지긋이 듣고 있던 이동국이 한숨을 쉬었다. "(김)남일이형은 중학교 때 키가 지금 키다. 내가 가슴으로 볼을 숨기는 기술까지 갖고 있는 줄 몰랐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짝사랑' 김남일, '가족' 이동국
최 감독은 두 선수에게 갖는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김남일은 짝사랑 끝에 데리고 온 선수"라며 "지도자 입장에선 함께 하고 싶어도 선수와의 연이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 김남일은 원했지만 너무 늦게 만나서 애절함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을 두고는 "선수-지도자를 떠나 가족같은 생각이 든다. 굳이 서로 대화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사실 주변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면서 "감독님이 항상 잡아주실 때마다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내가 선수라도 중동에 가겠다
모두가 한국 프로축구의 위기를 논한다. 팀 재정 위축과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즌 초 폭풍영입 속에 '절대 1강' 칭호를 얻은 전북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최 감독은 "만약 내가 선수라도 중동에 갈 것 같다"며 "리그를 주도하며 우승을 이끌수 있는 선수라면 연봉 그 이상의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 환경을 못 만드는 여건이 문제"라고 한탄했다. 그는 "팬들은 질 높은 경기를 볼 수 없다면 떠나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이 가장 염려된다"며 "K-리그가 계속 침체된다면 결국 대표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미완의 고지 ACL
전북의 눈은 2015년을 향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상정복의 꿈을 꾸고 있다. 2011년 안방에서 눈물의 준우승에 그쳤던 한을 풀고자 하고 있다. 최 감독은 "주변국 팀들은 투자를 늘리는데 우리는 되려 위축되고 있다. 예년처럼 쉬운 대회가 아니다"라며 "리그 연패도 중요하지만, ACL 우승이라는 큰 목표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ACL 우승 트로피를 놓친 기억이 생생하다. 주변국 팀들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올해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