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전]손흥민 마음고생 털어낸 2골 '영웅 등극'

기사입력 2015-01-22 19:01


연장전반 13분이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8강전은 이 시간까지 0-0으로 진행됐다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다들 지쳐있었다. 이 때였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김진수(마인츠)가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레버쿠젠)이 몸을 던졌다. 남은 체력을 다 끌어모아 몸을 내던졌다.

손흥민은 A매치 골에 목말라있었다. 골의 기억은 아득했다. 2014년 6월 23일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상대 수비수를 드리블로 제쳤다.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결과는 한국의 2대4 패배였다. 손흥민은 영웅이 됐다. 한국 축구를 짊어질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섰다.

상승세를 탔다. A매치 경기마다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묘하게 골문을 빗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부담은 없었다.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 강팀과 맞붙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반기 26경기에 나서 11골-3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A매치 연속 무득점 기록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손흥민의 첫 A매치골도 4년 전 아시안컵이었다. 인도와의 조별리그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좋은 기억이었다. 다들 손흥민을 주목했다. 외신들은 아시안컵 5대 스타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오만, 쿠웨이트 등 한 수 아래 팀들이 조별리그 상대였다. A매치 연속 무득점을 끊을 가능성이 컸다.

악재가 찾아왔다.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감기에 쓰러졌다. 설사를 동반했다. 컨디션이 떨어졌다. 호주와의 3차전에 교체출전했다. 제 몸상태가 아니었다. 다리가 풀려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 기살리기에 나섰다. 우즈벡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공식 기자회견에 손흥민을 불렀다. 선발이라고 밝혔다. 손흥민도 "우승을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다.

우즈벡전도 힘들었다. 상대의 견제는 대단했다. 측면에서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2~3명의 수비수들이 달려들었다. 거친 파울도 마다하지 않았다. 발을 향해 태클이 마구 들어왔다. 손흥민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25분 페널티지역 왼쪽 코너에서 개인기로 수비수 2명을 제쳤다. 오른발로 감아차는 슈팅이 나왔다. 우즈벡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후반 25분에는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면서 치고 들어갔다. 마지막 순간 수비수에 걸렸다. 컨디션 저하의 여파도 심했다. 다리에 힘이 붙지 않았다. 치고 들어가는 스피드는 떨어졌다. 킥도 무뎠다. 시종일관 손흥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손흥민을 믿었다. 계속 뛰게 했다. 연장 전반 손흥민은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한번의 찬스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중했다. 김진수의 크로스가 그 찬스였다.

손흥민의 머리를 맞은 볼은 우즈벡 네스테로프 골키퍼의 손을 맞고 뒤로 흘렀다. 데굴데굴 구른 뒤 골라인을 살짝 넘었다. 따라가던 우즈벡의 수비수도 고개를 떨구었다 .한국을 아시안컵 4강으로 이끈 결승골이었다. 동시에 A매치 10경기 무득점의 부진도 날렸다. 골을 넣은 손흥민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흔들었다. 그리고는 코너 플래그 앞에서 몸을 던졌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다 털어냈다.

부담을 털어내자 상승세를 탔다. 연장 후반 14분 추가골을 박았다. 차두리(서울)가 오른쪽을 돌파했다.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왼발로 강슛을 날렸다. 골네트를 갈랐다. 이 날의 영웅은 누가 뭐래도 손흥민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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