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첼시와 맨시티의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서로간의 공격은 맥이 빠졌다. 1대1로 비겼다. 이날 유일한 볼거리는 딱 하나였다. 프랭크 램파드.
램파드는 2001~2002시즌 첼시로 이적해왔다. 2013~2014시즌까지 13시즌동안 648경기에 나와 211골을 넣었다. 이런 램파드가 2014~2015시즌 맨시티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나서 첫 스탬포드브릿지 방문이었다. 국내 EPL팬들 사이에서 램파드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과연 영국 현지에서는 어떨까. 램파드의 첫 스탬포드브릿지 방문 전후 영국 현지의 시선을 전한다.
램파드에 시선은 뉴욕시티 파문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당초 램파드는 2014년 7월 첼시를 떠나 뉴욕시티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시티는 2015년 출범하게 된다. 다만 뉴욕시티의 첫 경기는 3월 열린다.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6개월간 맨시티로 단기 임대한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맨시티는 뉴욕시티의 자매구단이다. 다들 그러려니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첼시팬들의 시선은 따뜻함이 넘쳤다. 첼시팬들은 "램파드는 프로선수다. 첼시에서의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 그의 미래도 축복할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 첼시와의 경기에서 램파드는 동점골을 넣었다. 램파드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원정응원온 첼시팬들도 램파드의 골에 박수를 보냈다.
따뜻했던 분위기는 1월초 갑자기 바뀌었다. 맨시티가 램파드를 임대 선수가 아닌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EPL사무국은 9일 '팸파드에 대한 맨시티와 뉴욕시티의 거래는 없다. 단지 시티풋볼그룹(CFG)사이에서의 계약만 있다'고 밝혔다. 뉴욕시티에서 단기 임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첼시패들은 분노했다. 1월 10일 첼시 트위터 포스팅에 '역겨운 배신자', '이름조차 거론하지 말라' 등의 과격한 댓글들이 달렸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첼시팬들은 갈라타사라이의 유니폼을 입고 스탬포드브릿지에 섰던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는 램파드에 대해서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월 1일 스탬포드브릿지에서는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난 여론이 일자 맨시티는 수습에 나섰다. 10일 뉴욕시티는 '램파드가 7월부터 뉴욕에서 뛸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시선은 스탬포드브릿지로 향했다. 세계 25개국, 13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램파드와 첼시팬들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첼시팬들은 용서를 택했다. 램파드는 후반 몸을 풀러 나왔다. 첼시 팬들은 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후반 22분 교체투입됐다. 첼시팬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램파드는 첼시의 전설이다'는 플래카드를 들어보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야유도 있었다. 박수 사이에서 일부팬들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지말라'고 소리쳤다.
램파드는 경기 후 "매우 흥분되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양 팀의 팬들로부터 환대받는 건 매우 기쁜 일이었다. 맨시티 팬들은 매우 멋졌고 첼시 팬들도 내게 박수를 쳐주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런던=김국빈 통신원 gukb.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