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4·은퇴)은 한국 선수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선수다. 2005년 여름, 거스 히딩크 전 PSV에인트호벤 감독의 품을 떠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손을 잡았다. 이후 11명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했다. 이 중 빅클럽(맨유, 첼시, 토트넘, 아스널, 리버플, 맨시티 등 명문 구단)에 몸담은 선수는 두 명 정도다. 토트넘에서 뛴 이영표(38·은퇴)와 아스널 소속의 박주영(30)이다. 여전히 EPL은 유럽 리그에서 톱 리그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EPL 빅클럽 멤버가 될 유력한 한국 선수는 2~3명으로 압축된다. 그 중 한 명이 '손세이셔널' 손흥민(23·레버쿠젠)이다.
손흥민은 그 동안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뒤바꾸어 놓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손흥민 시대'를 열었다. 이미 유럽 빅클럽은 손흥민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손흥민을 노리는 팀은 맨유를 비롯해 리버풀과 토트넘이다. 빅클럽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14일(한국시각) 그의 양발이 폭발했다. 볼프스부르크와의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쏘아올렸다. 시즌 14호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12골·2012~2013시즌, 2013~2014시즌)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박지성은 이런 손흥민의 빅클럽 합류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을까. 박지성은 15일 수원 팔달구 우만동에 위치한 호텔 캐슬에서 진행된 2015년 JS파운데이션 재능학생 후원금 전달식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한 경기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손흥민은 잘하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잠재력이 풍부하다. 앞으로 기대되는 선수"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같은 활약이라면 언제든지 빅클럽 영입 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빅클럽행은 올시즌을 마친 뒤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이전트인 티스 블라이마이스터가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와 함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경기력을 현지에서 지켜봤다.
한편,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지성은 이날 23명의 학생에게 후원 증서와 후원금 등을 전달했다. 23명 가운데 14명이 학업, 6명이 축구 분야 재능을 인정받아 후원 대상자로 정해졌다. 태권도와 농구, 리듬체조 유망주들이 후원을 받게 됐다. 박지성이 이 행사에 애착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추억 때문이다. 박지성은 수원 세류초 6학년 때 차범근축구대상을 받았다. 박지성은 "차범근축구대상을 받았던 것이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또 "당시 어린 나는 차범근 전 감독님의 활약상을 기억하기 힘들었다. 대단한 선수라는 얘기만 듣고 상을 받았다. 당시 '열심히 하면 저렇게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상을 받은 어린 학생들이 나처럼 꿈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