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어제 경기 뛴 것과 최근의 모든 일들이…."
윤석영은 교체 직후 팀 닥터와 함께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에서 정신이 들었는데 '어, 왜 내가 여기 있지? 왜 QPR 유니폼을 입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르겠고, 4대1로 이긴 기억도 나지 않는다. A대표팀에서 소집된 것도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고, 대표팀에서 돌아온 후 팀 훈련 하던 기억들도 다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전형적인 뇌진탕 증세, 외상후 단기기억실조증이다.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수비수 박원재(전북)가 엔도의 슈팅에 맞은 후 겪은 것과 동일한 증세다. 2012년 유럽챔피언스 4강 2차전 바르셀로나-첼시전에서 헤라르드 피케는 발데스 골키퍼와 부딪친 후 잠시 정신을 잃었다. 뇌진탕 증세로 교체돼 병원에 이동된 그는 "첼시전에 출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당시 독일 미드필더 크라머 역시 아르헨티나전에서 머리를 부딪친 후 주심에게 "이경기가 결승전이냐"고 묻는 등 기억상실 증세를 보인 적이 있다. 축구선수들이 종종 겪게 되는 뇌진탕은 때론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즉각적인 교체, 종합적인 진단과 사후 확인도 필요하다. 시차도 채 적응되기 전에 그라운드에 나선 윤석영은 뇌진탕 후에도 '프로의 본능'으로 20여 분을 뛰었다. 축구선수 생활을 하며 처음 겪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윤석영은 "다행히 어지러움증이나 메스꺼움은 없다. 자고 일어나니 서서히 기억도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