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코리안 분데스리거가 독일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위력을 과시했다. 함께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빈 것도 처음이었지만, 2명의 선수가 3골이나 넣은 것도 한국축구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3월 A매치에서 함께 한국의 승리를 향해 뛰던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마인츠 코파스 아레나에서 적으로 만났다. 결과는 레버쿠젠의 3대2 승리로 끝이 났다. 레버쿠젠은 6연승을 거두며 승점 51점(14승9무5패)으로 리그 4위를 유지했다. 마인츠는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이 마감됐다. 진짜 승자는 코리안이었다. 손흥민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선제골을 기록했으며, 구자철은 마인츠가 넣은 2골을 모두 성공시켰다. 박주호도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다.
선봉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15분 찰하노글루의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발리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 3월9일 파더보른전 멀티골 이후 약 1개월만의 골이었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시즌 17번째, 리그 11번째 골을 넣었다.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1985~1986시즌 기록한 분데스리가 한국인 한시즌 최다골(19골)에 2골차로 접근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14분 키슬링, 27분 찰하노글루가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손흥민은 "지난 두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며 1주일 동안 몸을 끌어올릴 수 있는 훈련을 강하게 했다. 이런 부분들이 경기장에서 잘 보여진 것 같다"고 활약에 만족해했다.
반격에 나선 마인츠의 중심에는 구자철이 있었다. 이날 분데스리가 통산 100경기에 나선 구자철은 후반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구자철은 후반 33분 오카자키 신지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구자철은 44분 또 다시 얻어낸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시즌 3, 4호골을 기록했다. 한국선수가 유럽무대에서 페널티킥으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구자철이 처음이다. 구자철은 이날 전체적으로 몸놀림이 무거웠던 마인츠 선수들 사이에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최근의 상승세를 증명했다. 구자철은 "2골 모두 페널티킥이라 큰 의미는 없다. 팀이 패해서 아쉽다"고 했다.
박주호도 왼쪽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는 이날 경기 뿐만 아니라 함부르크 이적설로 관심을 받았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10일 '토마스 투헬 전 마인츠 감독을 선임하려는 함부르크가 투헬 감독의 애제자인 박주호까지 영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박주호는 이에 대해 "이적에 대해 통화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이적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여러 팀에서 관심을 보이는 정도기 때문에 일일이 반응을 보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코리안 분데스리거들의 활약은 외국 언론들의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 언론 FFH는 '손흥민의 환상적인 발리슛이었다. 레버쿠젠이 경기를 지배하게 된 플레이였다'며 손흥민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빌트도 손흥민에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2점을 부여했다. 빌트는 1~6점 사이에서 평점을 매기며 낮을수록 좋은 경기를 펼쳤음을 의미한다. 축구 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구자철에 7.60점을 줬다. 마인츠에서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박주호도 6.96점으로 평균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경기종료 후 세 선수는 경기장 뒤편에 모여 진한 악수를 나누며, 한참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손흥민은 "자철이형이 2골을 넣었고, 주호형이 잘해서 더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구자철도 "흥민이가 팬들이 기대하는만큼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렇게 치열했던 '코리안 더비'는 '코리안 잔치'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