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의 최대 묘미는 이변이다. 부산 아이파크가 희생양이었다. 2부인 챌린지의 강원FC에 덜미를 잡혔다. '절대 1강' 전북은 챌린지의 고양HiFC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울산은 신생팀인 챌린지의 서울 이랜드FC와 120분 연장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6-5로 간신히 승리하며 클래식의 체면을 살렸다.
2015년 하나은행 FA컵 32강전(4라운드)에서 클래식 2개팀이 탈락했다. 부산과 광주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부산은 29일 안방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강원FC와의 홈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헌납하며 자멸했다. 후반 2골을 터트리며 추격했지만 연장전을 가는 데는 한 골이 모자랐다. 2013년 챌린지로 강등된 강원은 지난해 승격에 실패했다. 올 시즌 FA컵 32강전에서 클래식 팀을 낚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북은 이동국 이재성 한교원 등이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빈자리는 눈에 띄었다. 고양의 수비벽에 막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7분 에두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 7분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이주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에두가 쇄도하며 헤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은 고양에 1대0으로 신승했다.
이랜드를 홈으로 불러들인 울산은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피튀기는 접전이었다. 울산은 후반 7분 양동현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19분 주민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연장전에도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승부차기는 울산이 친정팀인 이랜드의 김영광과 그 자리를 꿰찬 김승규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첫 위기는 울산에 찾아왔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선 김승준의 슈팅이 김영광의 손에 걸렸다. 이랜드는 4번째 키커로 나선 로버트 카렌의 슛이 허공을 가르면서 균형이 맞춰졌다. 7번째 키커의 슛에서 운명이 갈렸다. 울산은 정동호의 슛이 김영광의 손을 비껴가며 골망을 갈랐으나, 이랜드는 조원희의 페널니킥이 김승규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졌다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왔다. 길고 길었던 승부는 울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클래식(1부 리그)에 나란히 승격한 대전과 광주의 혈투는 대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두 팀은 클래식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붙었다. 지난달 15일 광주가 2대0으로 승리했다. FA컵에서는 대전이 설욕에 성공했다. 대전은 26일 수원을 낚고 클래식 첫 승을 신고한 상승세를 앞세워 광주를 1대0으로 꺾었다.
FC서울은 오랜만에 멀티골이 터졌다. 내셔널리그의 경주한수원을 맞아 3대0으로 완승했다. 서울은 골키퍼 유상훈을 제외하고 2군을 내보냈다. 전반 33분 심제혁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서울은 후반 교체투입된 정조국이 2골을 터트리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인천은 챌린지의 부천을 맞아 2대0으로 승리하며 올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디펜딩챔피언 성남FC는 원정에서 부산교통공사에 1대0으로 승리했다. 제주는 안양FC를 4대1로 대파한 가운데 포항은 대구FC를 3대1로 물리쳤다. 영남대와 상지대, 대학팀간의 대결에선 영남대가 2대1로 승리했다.
클래식 8개팀, 챌린지 2개팀, 내셔널리그 2개팀, 대학 1개팀 등 13개팀이 16강에 선착했다. 수원-전남, 화성FC-창원시청, 울산현대미포조선-김포시민축구단의 32강전은 다음달 열린다. FA컵 16강전은 대진 추첨을 거쳐 6월 24일 벌어진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