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점' 송유걸, 포항전은 쓴 보약이었다

최종수정 2015-05-26 07: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골키퍼 송유걸(30), 프로데뷔 10년차 베테랑이다.

'만년 2인자'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한때 '골키퍼 사관학교'로 불렸던 전남에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뒤 두 시즌 간 단 1경기에 그쳤다. 뛰어난 재능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 명단에 포함됐지만, 정성룡(현 수원)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절치부심 끝에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두 자릿수 출전을 기록하며 입지를 굳히는 듯 했지만, 여전히 1인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이섭의 그늘에 가렸던 송유걸은 2012년 강원으로 이적해 드디어 1인자 타이틀을 얻는 듯 했지만, 이듬해 경찰청(현 안산)에 입대, 또 다시 유 현에게 밀린 2인자가 됐다. 제대 후 자유계약(FA)신분이 된 송유걸은 올해 울산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김승규를 보좌하는 2인자 역할이었지만, 혼쾌히 역할을 받아들였다.

2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올 시즌 송유걸의 첫 출전이자 울산 데뷔전이었다. 김승규가 지난 성남전에서 경고 트러블에 걸리며 빠진 공백을 메워야 하는 임무였다. K리그 최대 더비 중 하나로 꼽히는 '동해안 더비'의 안방마님 자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무게도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유걸은 '동해안 더비'의 무게감에 눌린 듯한 모습이었다. 전반 14분 손준호가 센터서클에서 길게 찔러준 볼을 잡기 위해 달려나가다 수비수 두 명을 뚫고 쇄도하는 티아고를 발견한 뒤 다시 골문을 지키려 자리를 잡았지만, 이미 볼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흐른 뒤였다. 전반 30분엔 김근환의 백패스를 클리어하려다 흘려 자책골이 될 뻔한 위기도 겪었다. 후반 7분 김승대의 오른발 발리슛에 실점한 뒤에는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이렇다할 장면이 없었다. 그렇게 송유걸의 울산 데뷔전은 마무리 됐다. 송유걸 입장에선 오랜기간 벤치를 지키며 무뎌진 감각이 한스러울 만했다.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에게 실점은 채찍질이다. 송유걸도 2대2 무승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윤정환 울산 감독은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잔디 상태가 안 좋아 그런 모습(볼처리 미스)을 보였다고 본다. 올해 첫 경기를 무난하게 했다." 대신 "좀 더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향후 재기를 위한 조언을 했다.

골키퍼는 '익을 수록 성숙하는' 대표적인 포지션이다. 언젠가 1인자로 발돋움 할 지도 모르는 송유걸에게 포항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경험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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