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16일(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1차전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공포에 술렁였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이날 만큼은 무색했다. 새벽부터 도착한 취재진들이 입국장에 진을 치며 인천공항의 아침을 알렸다. 전날 밤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전서 2대0으로 승리한 뒤 곧바로 출발한 슈틸리케호는 짙은 안개 속에 영종도 상공을 돌다 예정보다 10분 늦게 착륙했다. 1시간의 수속 끝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선수단 모두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선수들은 입국 당시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동남아 원정을 그들 만의 방식으로 마무리 했다. 러시아로 가는 첫 여정의 끝은 '미소'였다.
10일 간의 동남아 원정 동안 슈틸리케호의 명암은 엇갈렸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끌어올린 기대치가 미얀마전에서는 독이 됐다. 2대0 승리였지만, 다득점의 열망에 닿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동아시안컵은 반전의 찬스다. 오는 8월 중국 우한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중국-일본-북한과 차례로 맞붙는다. 동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중동리그 소속 선수들의 합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상의 전력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은 '영건'이었다. "최대한 젊은 선수들도 팀을 구성할 것이다. 올림픽팀 선수를 선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동아시안컵에서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이 대부분 스쿼드를 채웠다. 국내파 위주인 중국은 기존 대표팀과 다름이 없었으나, 유럽리그 소속 선수들이 다수인 일본은 지난 2013년 한국 대회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출전시킨 바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도 23세 이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슈틸리케호의 수석코치를 겸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은 신 감독이 맡고 있는 올림픽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빠진다고 해서 핑계를 대진 않겠다"며 단순한 실험이 아닌 승리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얀마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재성(23·전북)은 "일단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팀(전북)으로 돌아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동아시안컵 승선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미얀마전에 대해 "초반 3차례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 순간부터 실수가 나왔다. 이런 경기(월드컵 예선)는 평가전과 다르다. 그래서 선수들이 긴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손흥민(23·레버쿠젠)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휴가 기간에 대표팀에 소집됐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못했다"면서도 "수비는 긍정적이다. 조직력이 잘 발휘되면서 올해 9번째 무실점 경기를 했다. 수비는 견고해졌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다득점으로 이기는 것보다 승점3이 중요하다. 몇 골 차로 이기든 주어지는 것은 3점"이라며 "앞으로 계속해서 이겨나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