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전주' 20시간만에 출전 김승규, 선수 보호는 없었다

기사입력 2015-06-17 21:59



20여시간 전 태국 방콕에서 풀타임을 뛴 김승규(울산)가 17일 K리그 클래식 그라운드에 섰다. K리그 그라운드에 선수 보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의 무리한 선수 기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 감독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K리그 16라운드 원정경기에 골키퍼 김승규와 측면 수비수 임창우를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김승규는 경기에도 투입돼 55분을 소화했다. 김승규와 임창우는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을 마치고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연히 선수 보호를 위해 휴식이 먼저다. 그러나 윤 감독은 김승규와 임창우를 교체 명단에 넣었고, 그라운드에 투입까지 했다.

김승규의 지난 20시간은 긴박했다. 김승규는 16일 오후 11시 태국 방콕에서 경기를 마친 뒤 귀국길에 올라 대표팀과 함께 17일 오전 9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6시간의 밤샘 장거리 비행기이었다. 또 안개로 비행기가 연착됐다. 태극전사들은 인천공항에서 해산해 개별 이동을 했다. 김승규와 임창우는 울산이 전북전을 위해 머물고 있던 대전 숙소로 이동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날 전북전 교체 명단에 포함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윤 감독은 "대표팀에 가기전부터 선수들과 얘기했는데 귀국하자마자 팀에 합류해서 뛰고 싶다고 하더라. 하루 전에도 연락했는데 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전에 경기하고 왔기 때문에 선수 보호차원에서 뛰는 건 피해야 한다"면서 "김승규와 임창우가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동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벤치에 넣었다"고 밝혔다.

김승규는 아랍에미리트(UAE), 미얀마전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했고, 임창우는 2경기 모두 출전하지 않았다. UAE전에서 풀타임, 미얀마전에서 30여분을 소화한 정동호는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윤 감독의 선택에 김승규와 임창우는 미얀마전을 마치고 20여시간 만에 전주월드컵경기장 벤치에 앉게 됐다. 반면 이재성 최보경 이주용 등 A대표팀에 차출됐던 전북 선수들은 경기장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윤 감독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경기 중 문제가 발생했다. 울산의 선발 골키퍼인 이희성이 전반 34분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자 김승규가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김승규가 경기에 나선 시간은 오후 7시 35분쯤, 정확히 따지면 미얀마전을 마친 뒤 20시간 35분만이었다.

선수 기용의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김승규를 교체 명단에 넣은 윤 감독의 결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울산에는 이희성 이외에도 골키퍼 송유걸이 있다. 부상도 아니다. 울산 관계자는 "김승규가 교체 명단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송유걸은 전북 원정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김승규의 교체 명단 투입 결정이 결국 20시간만에 두 경기를 소화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경기를 뛴 선수에게 최소한 48시간의 휴식을 부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를 위해 감독은 어떤 선택이라도 해야 하지만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김승규를 경기장에 내보낸 윤 감독의 결정은 선수 혹사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 것 같다.

윤 감독은 무리수를 두고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울산은 양동현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에두와 이재명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를 마친 윤 감독은 혹사 논란에 대해 "승규가 경기에 의욕을 보여서 선수 의견을 존중했다. 나도 혹사 시킨다는 생각이 있었고, 벤치에만 넣었는데 부상으로 교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승규가 피곤할텐데 미안하다. 하필 대표팀 경기가 있는 다음날 클래식 경기가 있다. 승규의 존재감이 커서 명단에 넣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규는 "경기전에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워밍업을 하면서 괜찮아졌다. 미얀마전을 마치고 경기 출전에 대비해 몸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전북에서도 선수 출전을 두고 해프닝이 발생했다. 당초 A대표팀에 차출되고도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전북의 수비수 김기희가 울산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규정 위반 소지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 규정' 제8조 선수의 소집 및 통보 4항에 따르면 '부상으로 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 없게 된 선수는 소집 기간 및 대표단 해산 후 5일이 경과하기 전에는 소속팀의 어떠한 공식 경기에도 참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 규정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김기희를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에 연맹이 협회에 규정 해석을 의뢰했고, 협회 법무팀이 '규정에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결국 최 감독이 김기희를 출전시키지 않으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최 감독은 "이런 룰이 있다는 것을 내가 인지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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