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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US오픈에서 9년만에 컷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9위(이븐파 280타)로 US오픈을 마무리했다. 두 골프황제가 뒤로 물러난 사이 미국의 '원더보이' 조던 스피스(22)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스피스가 22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골프장(파70·738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 버디 4개로 1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5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2012년 프로에 입문한 스피스는 2013년 PGA 투어 존 디어 클래식 우승으로 82년 만에 만 20세 이하 우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은 더 화려했다. 지난 4월, 79번째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그는 대회 기간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을 차지했다. 크레이그 우드(1941년), 아널드 파머(1960년), 잭 니클라우스(1972년), 레이먼드 플로이드(1976년) 이후 마스터스 사상 다섯 번째 기록이다. 21세 11개월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선 그는 우즈(21세 3개월)에 이어 마스터스 역사상 두 번째 최연소 우승도 작성했다. US오픈 최종일에 21세 10개월 25일을 맞은 스피스는 US오픈 제패로 자신의 커리어에 다양한 기록을 추가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US오픈을 같은해에 제패한 역대 6번째 골퍼가 됐다. 크레이그 우드(1941년) 벤 호건(1951년, 1953년), 아널드 파머(1960년), 잭 니클라우스(1972년), 타이거 우즈(2002년)에 이어 한 해 동시 우승은 7번째다. 13년전 우즈가 걸은 길을 스피스가 뒤 따랐다. 1923년 바비 존슨 이후 US오픈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그는 우즈도 23세에 달성한 메이저 2승을 22세에 이뤄냈다.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최연소 메이저대회 2승 기록이다.
스피스는 마지막까지 더스틴 존슨(미국)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18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에 실패했지만 버디를 기록, 5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스피스는 대기실에서 존슨의 마지막 홀 플레이를 지켜봤다. 4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존슨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만에 그린 공략에 성공했다. 4m 거리의 이글 퍼트를 남겨뒀다. 이글을 기록하면 존슨의 우승이 확정되고, 버디를 낚으면 존슨과 스피스는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스피스를 택했다. 존슨의 이글 퍼트와 1m 거리의 버디 퍼트가 모두 홀컵을 외면했다. 존슨은 18번홀에서 파에 그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기실에서 TV중계로 존슨의 버디 퍼트를 지켜본 스피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모님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스피스는 "더스틴 존슨의 심정을 이해한다. 아직도 내가 우승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존슨을 먼저 챙겼다. 또 다른 우승 도우미는 스피스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다. 그렐러는 이 대회가 열린 체임버스베이 주변 도시인 긱 하버 출신이다. 수학 교사 출신인 그는 여름 방학마다 체임버스베이에서 파트타임 캐디로 일했던 코스 전문가다. 2011년 그렐러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 열린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한 스피스가 캐디를 구하면서 둘은 첫 인연을 맺게 됐고, 2012년 스피스가 프로로 전향한 이후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렐러는 스피스가 캐디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수학 선생민을 그만두고 전문 캐디가 됐다. 잔디가 억센 체임버스베이골프장에서 그렐러의 '경험'은 최고의 무기가 됐다. 그렐러는 대회 기간 내내 스피스와 코스 공략에 대해 논의했다. 스피스도 우승의 공을 캐디에게 돌렸다. 그는 "캐디는 내 오른팔이다. 그는 이 코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