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김도훈 감독의 눈물과 스플릿의 운명

기사입력 2015-10-06 07:47



승부의 세계에는 '우리'가 없다. '나' 아니면 '적'이다. 평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철저한 '계급 문화'다. 서열이 명확하다. 팀마다 순위가 매겨져 있고, 각 팀은 최고를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그러나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명암도 늘 교차한다.

2015년 K리그 클래식도 종착역이 목전이다. 그들의 전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부터 시작됐다. 계절이 두 차례 바뀌었다. 여름을 거쳐, 가을이 도래했다. K리그도 어느덧 결실의 계절이다. 각 팀의 올 시즌 서열도 뚜렷해지고 있다.

4일 K리그는 한 감독의 '아픈 눈물'을 목격했다. 그 날 클래식은 1~6위의 그룹A와 7~12위의 그룹B로 나뉘는 분기점이었다. 클래식 6경기는 이날 오후 2시 일제히 휘슬이 울렸다. 그룹A의 커트라인인 6위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됐다.

시민구단 인천은 8월 22일부터 이날 후반 42분까지 6위를 지켰다. 그러나 후반 43분 세상이 바뀌었다. 7위 제주가 1위 전북을 상대로 후반 43분 희비를 결정짓는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3대2, 순식간에 거짓말 같은 대역전극이 연출됐다. 반면 인천은 성남에 0대1로 패하며 7위로 떨어졌다. 다잡은 그룹A행 티켓을 놓쳤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웃는 인상'이다. 그러나 패장의 아픔은 너무 컸다. 기자회견장에서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결국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많이 아쉽다. 그래도 인천을 응원해주신 팬들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말문을 연 김 감독은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라고 한 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킨 듯 했지만 애제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꾹꾹 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다. "오늘 조수혁 선수가 그렇게 우는 걸 처음 봤는데 많이 울더라고요…"라고 한 뒤 갑자기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눈물은 계속됐다.

올 시즌 인천의 선전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감독 선임도 늦었고, 임금체불 등 악조건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한때 11위까지 떨어졌다.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에 맞서 싸우고 또 싸운 끝에 빛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 선을 넘지 못했다.

스플릿시스템은 2012년 도입됐다. 그룹B가 팬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우승이나 강등 싸움과 관계없는 팀의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연말 K리그 이사회에서는 클래식 팀수가 변경되지 않는 한 스플릿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스플릿 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 감독의 눈물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K리그는 이제 최후를 향해 다시 마지막 숨을 몰아 쉰다. 그룹A는 우승, ACL 티켓, 그룹B는 강등 전쟁을 펼친다. 환희와 눈물이 또 다시 기다리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눈물 흘릴때 정말 아쉽구나하고 느꼈다. 힘들었지만 잘 따라와주고 상위 그룹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것은 정말 대견하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오늘 패배는 감독인 나의 잘못이 크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이제 한 경기 진 것이고 하위 스플릿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감정조절을 한 중간에 김 감독이 쏟아낸 말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그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축구는 90분 스포츠다. 하지만 90분을 준비하는 각 팀의 진정한 땀방울은 잘 볼 수 없다. 오로지 90분만을 놓고 판단한다. 수확의 계절, 희비를 떠나 K리그를 향한 더 큰 격려가 필요할 때다. 비록 그룹B로 떨어졌지만 인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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