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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3·토트넘)은 이번 A매치 대표팀 차출에서 논란의 중심이었다.
손흥민의 부상 때문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차출한 게 아니냐는 토트넘 구단의 반응이 나왔고, 유럽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켰다.
이번 예선 2연전 상대가 약체 미얀마, 라오스라서 더욱 그랬다. 지난 9월 26일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왼쪽 족저근막염 부상을 한 손흥민은 재활 훈련 끝에 최근 2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다.
결국 손흥민이 이번 A매치에서 성공적으로 재활했음을 경기력으로 보여 주면 차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상황이었다.
과연 그랬다.
손흥민은 12일 미얀마와의 5차전에서 벤치 대기로 시작했다. 손흥민보다 먼저 왼쪽 날개를 맡은 지동원은 전반 30분 정확한 크로스로 구자철의 헤딩 추가골을 돕는 등 기본은 했다. 하지만 상대가 약체 미얀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측면을 활용한 공격에서는 왠지 답답한 느낌이었다. 그 답답함은 후반 17분 풀리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선발 원톱 황의조 대신 투입됐고, 중앙으로 올라선 지동원 대신 측면을 맡았다. 손흥민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측면만 고집하지 않고 전담 키커 역할은 물론 중앙과 오른쪽까지 활동폭을 넓혀 상대 수비를 끌어들였다. 그러자 전반까지 사실상 잠잠하던 윙백 김진수의 측면 공략이 활발해졌다. 후반 23분 중앙에서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측면 김진수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는 장면에서는 수비를 끌어들여 공간을 만들어주는 손흥민의 희생정신이 돋보였다. 예열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의 진가는 추가골이 필요할 때 비로소 빛났다. 후반 36분 페널티에어리어 밖 왼쪽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크로스로 장현수의 3-0 헤딩골을 도왔다. 굳어 있던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이 그제서야 풀리기 시작했고, 4분 만에 미소로 이어졌다. 미소를 안겨 준 이 역시 손흥민이다. 이번엔 중앙 공략에 가담한 손흥민은 아크 왼쪽에서 남태희와 2대1 패스게임을 시도하면서 정확한 논스톱 패스로 상대 수비를 완전히 허물어뜨렸고 남태희의 오른발 쐐기골을 도왔다.
불과 30여분을 뛰고도 도움 2개, 짧고 강렬했던 손흥민. 골 욕심을 내지 않고 공간을 창출해준 그는 이타적인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고, 노련미까지 더해졌다. 부상 걱정을 말끔히 날려버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한 경기였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