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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 신인 한찬희부터 1979년생 최고참 현영민까지, 노상래 전남 감독은 거의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한번씩은 언급했다. 27명 선수 하나하나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겼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노상래 축구는 따뜻하다. 전남의 태국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노 감독은 "27명 중 누구도 마음이 처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전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생각한다. 노력한 만큼의 기회는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술의 핵심은 멀티자원이다. 유고비치는 중앙 미드필더, 측면, 섀도를 두루 보는 공격자원이다. 허용준 역시 원톱, 섀도, 좌우 측면 공격수를 두루 본다. 한찬희 역시 스트라이커부터 중앙 미드필더까지 커버한다. 팔색조같은 전술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영리함은 기본이다.
지난 몇년간 전남은 중원 플레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노 감독은 "점유율을 높이고, 중원에서 패스를 만들어가는 전술을 연마하고 있다"고 했다. "늘 원하는 플레이였지만 결과에 치중해 끝까지 밀어부치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묵묵히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11명이 다같이 움직이는, 100% 살아움직이는 축구를 해보고 싶다. 선수들을 믿는다. 잘할 것"이라고 했다.
27명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축구'
올시즌 전남에는 부활을 꿈꾸는 선수들이 많다. 배천석은 숭실대 시절인 2011년 6월 홍명보호의 오만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다. 포항, 부산, 울산에서 능력만큼 뛰지 못했다. 성남과 부산을 거쳐 올시즌 전남에 입단한 전성찬은 '전우영'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태용 감독의 성남 시절, '될 놈'으로 인정받았지만 십자인대 부상 이후 주춤했다. '왼발의 미드필더' 양준아도 4년만에 다시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윤빛가람, 송진형 등 중원자원이 넘치는 제주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 감독의 꿈은 재능만큼 뛰지 못했던 이들을 다독여, 전남에서 다시 날아오르게 해주는 것이다. K리그 챌린지에서 19골5도움으로 맹활약했던 조석재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전남유스 출신 19세 이하 대표팀 공격수 한찬희, 올림픽대표팀 풀백 이슬찬, 전남 유스 출신 공격수 허용준, 전남 유스 출신 센터백 고태원 등 23세 이하 선수들의 성장 또한 노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먼 길을 돌아 전남에 안착한 중고참 선수들에 대해 "그 선수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축구인생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일을 잘 알고 있다. 좋을 때, 안좋을 때가 있었겠지만 새 축구 인생은 새 팀, 새 환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준비만 돼 있다면 27명 전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생각한다"고 공언했다. "기본 틀은 있겠지만 노력하고 준비하는 선수들이 하나둘 튀어나올 것이다. 분명히 노력한 만큼의 기회는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 잘해야한다. (배)천석이도 (전)우영이도 잘해야 되고, 한찬희 허용준 고태원도 뻗어나가야한다"고 했다.
2년차 감독 "따뜻한 카리스마, 소통하는 지도자"
2년차 클래식 감독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부탁했다. "장점은 선수들하고 소통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선수들의 고뇌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지도자, 마음을 받아주고 조언해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선배' 서정원 수원 감독을 떠올렸다. "서 감독님은 선수 때도 같이 생활했고, 지도자 생활도 같이 하지만, 따뜻하고 온화하다. 꾸준하고 한결같은 부분이 참 좋다"고 했다. "말 한마디도 다정다감하게, 진심을 담아 하시는 모습이 좋더라"고 했다. 노 감독이 추구하는 리더십 역시 '따뜻한 카리스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소리없이 강한 리더십'이다. 부족한 점도 되돌아 봤다. "지난해 우리 선수들이 좋은 모습도 참 많았는데, 마무리를 잘 하지 못했다. 감독으로서 부족했다. 시즌이 끝난 후 위기를 관리하고 대처하는 법을 충분히 생각했다"고 했다. "결과에 매몰돼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올해는 전남만의 색깔로 즐겁게 축구하되 결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간다. '고참' 최효진은 물론 외국인선수 스테보, 오르샤, 유고비치, 막내 허용준까지 감독의 전술을 200% 숙지하고 있다. 노 감독은 "선수들과 모든 것을 공유하려 한다. 코칭스태프가 제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나머지 해답은 선수들이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감독은 전훈지에서 선수들에게 '전남의 축구는 ○○이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방콕 전훈지에서 선수들이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노 감독은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우리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다. 머리 터지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방콕=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