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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성은 공고했다.
인판티노는 아프리카 표심을 파고 들었다. 마지막 유세장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FIFA 사무총장에 아프리카 출신을 기용하겠다고 공약한 그는 현재 남아공을 방문중이다. 그는 23일 토쿄 세콸레 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등장해 "아프리카의 국가 수반들과 만나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과반이 나를 지지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허언이 아니었다. FIFA 회장 선거에 뛰어 들었던 남아공 출신의 토쿄 세콸레 FIFA 반인종차별위원회 위원이 인판티노 총장의 편에 섰다. 최종 정견 발표에서 사퇴를 선언한 세콸레 위원은 공개적으로 인판티노 총장을 지지하진 않았다. "모든 후보와 어우러질 수 있다"고 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살만 회장의 표정엔 미묘한 변화가, 인판티노 총장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1차 투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인판티노 총장이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자격정지를 당한 쿠웨이트, 인도네시아축구협회를 제외한 207개 회원국 투표에서 총 88표를 얻어 살만 회장(85표)에 3표 앞섰다. 또 다른 후보였던 알리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27표, 프랑스 출신의 제롬 상파뉴 전 FIFA 국제국장은 7표에 그쳤다. 투표 규정상 1차 투표에서 유효표 3분의 2인 138표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4명의 후보가 다시 2차 투표에 나섰다. 하지만 대세는 인판티노-살만으로 좁혀진 셈이었다.
살만 회장은 인판티노 총장에 앞서 2차 투표에서 88표를 득표했다는 마르쿠스 카트너 FIFA 사무총장의 발표가 나오자 패배를 직감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댄 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인판티노 총장은 알리 왕자와 살만 회장, 상파뉴 전 국장의 득표수가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두 손을 불끈 쥐며 눈을 질끈 감은 채 감격스러워 했다. 카트너 총장이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며 9대 회장 취임을 알리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총회에 참석한 회원국 관계자들은 기립박수로 새 시대의 탄생을 알렸다.
인판티노 총장의 회장 등극은 여전히 세계 축구의 중심이 유럽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부분이다. 특히 인판티노 총장이 최종 정견 발표에서 "FIFA의 돈은 회장이 아닌 회원국 모두의 것"이라며 철저한 분배를 약속한 게 표심을 흔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플라티니 회장과의 커넥션, 블래터 회장과 같은 스위스 출신, 뒤늦은 선거 합류 등 수많은 핸디캡이 있었지만 '유럽의 벽'은 흔들림이 없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