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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한 그 날이다.
희비가 엇갈렸다. 태극기가 일장기를 뒤덮었다. 서울이 일본 J리그 챔피언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히로시마에 4대1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치열한 탐색전 끝에 전반 25분 드디어 골문이 열렸다. 하지만 선제골의 몫은 서울이 아닌 히로시마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치바 가즈히코가 헤딩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우울한 3·1절이 될까.' 우려가 드리워지는 듯 했지만 곧바로 반전이 이어졌다. 6분 뒤 수비수 김원식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신진호의 코너킥이 김동우를 거쳐 김원식의 발끝에 걸렸고, 왼발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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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발부터 비상했다. 서울은 원정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6대0으로 대승했다. 아드리아노가 4골-1도움, 데얀이 1골-1도움, 박주영이 1도움…. 하지만 최 감독은 단호했다.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라며 미소를 감추었다.
3·1절의 한-일전, "즐기자"고 했지만 솔직히 부담이었다. 자칫 패할 경우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당근이 아닌 채찍이 먼저였다. 그 통로는 팀이었다. 대승으로 인해 개인이 팀보다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점을 경계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나'보다 '동료'를 먼저 떠올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그 약속을 지켰다. 히로시마에 첫 골을 허용했지만 서울은 흔들리지 않았다. 릴레이 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최 감독은 "스포츠를 통해 의미있는 3·1절을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드려 만족스럽다. 선수들이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고, 팀내 보이지 않는 믿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공격이 아닌 수비진을 먼저 칭찬했다. 그는 "수비진에게 상대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1차적으로 차단하자는 주문이 잘 이루어졌다. 수비수들이 패스 길목을 차단하며 상대가 원하는 부분을 주지 않은 것이 승인이었다"고 설명했다.
2경기 7골, 아드리아노 '미친 존재감'
아드리아노의 고공행진이 무섭다.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부리람전에 이어 히로시마전에서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2경기에서 무려 7골을 터트렸다. 히로시마전의 첫 골은 결승골이었다. 후반 3분 신진호의 프리킥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11분과 후반 23분, 2골을 더 추가하며 3·1절의 대미를 장식했다. 동료들의 도움도 인상적이었다. 아드리아노의 두 번째 골은 데얀과 고광민의 2대1 패스에 이은 작픔이었고, 마지막 골 상황에선 신진호의 힐패스가 압권이었다.
아드리아노는 "굉장히 행복하다. 3골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모두가 함께한 골이다. 동료들에게 승리를 돌려주고 싶다"며 "감독님이 지시하는 것은 해가 될 것이 없다. 항상 집중하고 있고,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했다. 3·1절 의미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 선수들과 같은 느낌이다. 한국 선수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슬프면 나도 슬퍼해야 할 입장이다. 오늘 이겨서 굉장히 행복하다"며 웃었다.
최 감독도 반색했다. 다만 아드리아노가 아닌 팀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즌 초반 2경기에서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드리아노를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의미는 팀 승리에 목말라있는 데얀의 헌신적인 움직임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드리아노도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드리아노는 차이를 가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또 팀원 전체가 득점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 앞으로 더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서울은 12일 전북과의 K리그 개막전 후 16일 원정에서 산둥 루넝과 ACL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최 감독은 "'차이나 머니'가 아시아를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팀대 팀이지, 돈대 돈으로 상대하지 않는다. 원정이든 홈이든 우리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알찬 영입'으로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낸 서울이 올 시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