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라자르, 원톱 고민 날리고 우라와도 날렸다

기사입력 2016-03-02 21:26



포항의 트레이드마크는 제로톱이었다.

미드필드의 패싱게임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제로톱 대신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포진한 원톱 전술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나는 수비수 출신이다. 뒷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수를 막는 것이 가장 어렵다. 최전방 공격수가 최대한 깊숙이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흔들면 이 과정에서 공간을 만들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으로 침투하는 축구가 내 축구의 기본 바탕"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이 강조한 스타일은 지난 두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시즌 첫 공식 경기였던 지난달 9일 하노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3대0 승)는 추운 날씨와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제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다. 두 번째 경기였던 2월 24일 광저우 헝다와의 ACL H조 조별리그 1차전(0대0 무)은 수비적인 전술로 임했다. 무엇보다 두 경기에서 원톱으로 나선 양동현과 최호주의 활약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양동현은 움직임 폭이, 최호주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남은 ACL 일정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조별리그 2차전. 최 감독은 라자르 카드를 꺼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원톱 자리에 나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라자르는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최 감독의 원톱 고민을 날렸다. 라자르는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제공권 장악과 강력한 힘을 앞세운 스크린 플레이, 적절한 공간 침투 등 원톱이 보여줘야 할 모든 장면을 만들었다. 우라와 수비진은 라자르와의 몸싸움에서 계속해서 밀렸다.

라자르가 살아나자 2선 공격수들도 힘을 받았다. 하노이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심동운은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왼쪽 라인을 장악했다. 문창진도 특유의 센스를 보여줬고 이날 데뷔전을 치른 정원진도 자신감 넘치는 돌파로 포항 공격에 힘을 보탰다. 라자르는 많은 박수 속에 후반 18분 최호주와 교체아웃됐다.

포항은 전반 18분 터진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대0 승리를 거뒀다. 손준호가 상대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켰다. 후반 23분 손준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포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전날 FC서울이 산프레체 히로시마에 4대1 대승을 거둔데 이어 또 한번의 짜릿한 한-일전 승리였다. 포항은 승점 4점으로 H조 1위에 올라섰다. 포항은 수비진이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데 이어 공격진이 '스피드 축구'의 가능성을 보이며 빠르게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한편, H조 또 다른 경기에서는 시드니FC가 '디펜딩챔피언' 광저우 헝다에 2대1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H조는 혼돈에 빠져들었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전적(2일)

H조

포항(한국·1승1무) 1-0 우라와 레즈(일본·1승1패)

시드니FC(호주·1승1패) 2-1 광저우 헝다(중국·1무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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