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준의 발롱도르]치열했던 북런던더비가 남긴 것

기사입력 2016-03-06 20:44


ⓒAFPBBNews = News1

5일(한국시각) 열린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더비.

소문 대로 였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두권 경쟁이라는 이슈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할 수 없는 경기로 흘렀다. 결과는 2대2 무승부. 토트넘, 아스널 그 누구도 웃지 못했지만 이번 북런던더비 결과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판도를 또 한번 뒤흔들었다.

레스터시티 대세론

북런던더비 무승부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선두 레스터시티였다. 토트넘(승점 55)과 아스널(승점 52)은 나란히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두 팀의 무승부 소식을 들은 레스터시티는 곧이어 열린 왓포드와의 EPL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10분 터진 '에이스' 리야드 마레즈의 결승골을 잘 지키며 1대0 승리를 거뒀다. 근소한 우위를 보이던 레스터시티(승점 60)는 가장 먼저 승점 60점 고지에 오르며 2위 토트넘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현지 언론도 29라운드를 기점으로 레스터시티의 우승가능성을 이전보다 높게 점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치열했던 북런던더비, 유일한 승자는 레스터시티'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다른 언론들도 북런던더비 만큼이나 레스터시티의 승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스포츠방송 ESPN은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북런던더비 전까지 자체 알고리즘 계산을 통해 토트넘의 EPL 우승 가능성을 33%, 아스널은 11%라고 했지만 경기 후 토트넘의 정상 등극 확률은 27%, 아스널은 10%로 줄어들었다.

잔여 일정도 레스터시티에 유리하다. 일단 레스터시티는 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다. 반면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토트넘, 아스널, 맨시티는 모두 유럽대항전을 병행하고 있다. 아스널은 FA컵까지 남아 있다. 여기에 대진도 좋다. 레스터시티는 이미 승점 6점에 해당하는 4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남은 경기에서 가장 높은 순위의 팀은 5위 웨스트햄, 6위 맨유다. 레스터시티는 올 시즌 이 두 팀과의 경기에서 1승1무로 우위에 있다.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라이벌팀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벵거 감독의 생명 연장

북런던더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었다. 그는 최근의 부진으로 도마에 올랐다. 라이벌팀들이 쓰러지며 우승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전 기차회견에서도 벵거 감독의 거취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였다. 토트넘과의 경기마저 패했다면 벵거의 위기설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벵거 감독은 노련한 두가지 승부수로 다시 한번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첫번째는 애런 램지의 포지션 변화였다. 그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램지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대신 겨울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모하메드 엘네니를 프란시스 코클랭의 짝으로 기용했다. 이 선택은 전반 내내 위력을 발휘했다. 뒷공간을 자주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램지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헌신적인 압박으로 수비에도 공헌했다. 선제골까지 잡아냈다.

두번째 승부수는 후반 29분이었다. 벵거 감독은 엘네니를 빼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했다. 후반 9분 이미 코클랭이 퇴장당한 상황.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제외하는 대신 동점골을 위한 공격적인 선택을 했다. 램지와 외질을 중앙에 두고 대신 산체스의 행동 반경을 넓혔다. 이는 2분 뒤 동점골로 이어졌다. 산체스가 기어코 동점골을 뽑았다. 아스널은 오히려 지루 투입 후 미드필드 밸런스가 더 좋아졌다. 10명이 뛰는 팀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벵거 감독은 이날 무승부로 한숨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역시 10년 넘게 숱한 위기 속에서도 아스널을 지킨 노장 다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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