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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의 친정팀이었던 볼턴이 끝내 3부리그로 추락했다.
2009년 이청용을 영입하며 국민구단으로 떠오른 볼턴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표적인 중위권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2001시즌 EPL로 승격한 볼턴은 니콜라스 아넬카, 제이제이 오코차, 유리 조르카에프 등 왕년의 스타들을 영입해 재미를 봤다. 2003~2004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 올랐고, 2004~2005시즌에는 6위로 시즌을 마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 재정난과 이청용, 스튜어트 홀든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볼턴은 2011~2012시즌 결국 2부리그 강등의 쓴맛을 봤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었던 볼턴은 2부리그에서도 추락을 거듭했고 결국 3부리그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잉글랜드에서는 1부리그 팀들이 강등 후 더 큰 추락을 거듭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금방 2부리그를 정복할 것 같던 1부리그팀들이 승격은 커녕 오히려 하부리그로 강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즈다. 국내팬들에게 '리즈 시절(전성기를 상징하는 인터넷 용어)'로 잘 알려진 리즈는 한때 유럽챔피언스리그 호령했던 팀이지만 지금은 하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리그 우승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이어갔던 리즈는 결국 재정난으로 2003~2004시즌 강등됐다. 이후 리즈는 만신창이로 전락했다. 2부리그에서도 재정난에 허덕이며 강호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계속된 부채로 승점 삭감처분을 받은 리즈는 2006~2007시즌 3부리그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2부리그로 강등한 팀들이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EPL 잔류와 2부리그 강등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이다. 2부리그로 추락하는 것만으로 최소 3000만파운드 정도가 줄어든다. 스폰서, 마케팅, 티켓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그나마 EPL 사무국에서 200억원씩 4시즌 동안 강등팀 지원금을 받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EPL에서 쓰던 금액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최근 TV중계권료가 상승하며 EPL과 하부리그의 수익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당연히 주축 선수들을 지키기 어렵고, 그나마 지킨 선수들의 주급을 충당하느라 허리가 휠 수 밖에 없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결국 다시 선수들을 팔 수 밖에 없다.
전술적으로도 문제다. 갑자기 선수들이 빠지다보니 새롭게 팀을 리빌딩할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한 시즌만에 팀을 재편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챔피언십은 EPL과 다르게 '더 영국적인 축구'를 펼친다. 기술 보다는 속도, 전술 보다는 몸싸움이 강조된다. 여기에 최적화된 팀을 상대하다보니 고전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팬들과 운영진의 관심이 남아있는 강등 첫 시즌이 '골든타임'이다. 한 시즌 정도는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을 묶어 둘 수 있다. 웨스트햄, 퀸즈파크레인저스 등이 골든타임을 통해 EPL로 복귀한 팀들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더 큰 추락이 이어진다. 올 시즌 강등이 유력한 애스턴빌라 팬들이 이번 강등이 팀의 더 큰 추락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