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준의 발롱도르]'볼턴 3부 강등' 강등팀은 왜 더 추락할까

기사입력 2016-04-11 03:03


ⓒAFPBBNews = News1

이청용의 친정팀이었던 볼턴이 끝내 3부리그로 추락했다.

볼턴은 9일(한국시각) 영국 더비 아이프로스타디움에서 열린 더비카운티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41라운드에서 1대4로 완패했다. 승점 26에 머문 볼턴은 잔류 마지노선인 21위 로테르담(승점 46)과 승점차가 20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5경기에 상관없이 리그1(3부리그)으로 강등을 확정지었다. 볼턴이 3부리그로 강등한 것은 1992~1993시즌 이후 23년만이다.

올 시즌 볼턴은 말그대로 최악의 행보를 보냈다. 단 4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그나마 원정에서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계속된 재정난 때문이었다. 2월 스포츠쉴드그룹에 판매되며 가까스로 파산은 면했지만 임금 체불 사태 등이 이어지며 팀 분위기가 바닥을 쳤다. 알려진 부채만 1억7000만파운드(약 3000억원)이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 위반으로 선수 영입은 커녕, 닐 레넌 감독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했다. 그 사이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필 가트사이드 회장은 세상을 떠났다. 강등은 당연한 결과였다. 볼턴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불운하게도 이번 시즌 볼튼의 운명이 확정됐다'고 담담히 전했다.

2009년 이청용을 영입하며 국민구단으로 떠오른 볼턴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표적인 중위권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2001시즌 EPL로 승격한 볼턴은 니콜라스 아넬카, 제이제이 오코차, 유리 조르카에프 등 왕년의 스타들을 영입해 재미를 봤다. 2003~2004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 올랐고, 2004~2005시즌에는 6위로 시즌을 마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 재정난과 이청용, 스튜어트 홀든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볼턴은 2011~2012시즌 결국 2부리그 강등의 쓴맛을 봤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었던 볼턴은 2부리그에서도 추락을 거듭했고 결국 3부리그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잉글랜드에서는 1부리그 팀들이 강등 후 더 큰 추락을 거듭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금방 2부리그를 정복할 것 같던 1부리그팀들이 승격은 커녕 오히려 하부리그로 강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즈다. 국내팬들에게 '리즈 시절(전성기를 상징하는 인터넷 용어)'로 잘 알려진 리즈는 한때 유럽챔피언스리그 호령했던 팀이지만 지금은 하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리그 우승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이어갔던 리즈는 결국 재정난으로 2003~2004시즌 강등됐다. 이후 리즈는 만신창이로 전락했다. 2부리그에서도 재정난에 허덕이며 강호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계속된 부채로 승점 삭감처분을 받은 리즈는 2006~2007시즌 3부리그까지 떨어졌다.

포츠머스도 마찬가지다. 2008년 FA컵을 거머쥐는 등 EPL의 신흥 강호로 자리잡던 포츠머스는 무리한 투자와 인수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이어지며 강등의 비운을 맛봤다. 2009~2010시즌 챔피언십으로 내려간 포츠머스는 2011~2012시즌 리그1, 2012~2013시즌 리그2(4부리그)까지 낼개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로 알려진 포츠머스 팬들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역사다. '잔류왕'으로 불렸던 위건은 2012~2013시즌 챔피언십으로 내려선 단 두시즌만에 아예 3부리그로 떨어졌다. 찰턴, 블랙번, 미들즈브러 등도 한때 EPL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팀이지만 지금은 하부리그의 그저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2부리그로 강등한 팀들이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EPL 잔류와 2부리그 강등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이다. 2부리그로 추락하는 것만으로 최소 3000만파운드 정도가 줄어든다. 스폰서, 마케팅, 티켓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그나마 EPL 사무국에서 200억원씩 4시즌 동안 강등팀 지원금을 받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EPL에서 쓰던 금액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최근 TV중계권료가 상승하며 EPL과 하부리그의 수익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당연히 주축 선수들을 지키기 어렵고, 그나마 지킨 선수들의 주급을 충당하느라 허리가 휠 수 밖에 없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결국 다시 선수들을 팔 수 밖에 없다.

전술적으로도 문제다. 갑자기 선수들이 빠지다보니 새롭게 팀을 리빌딩할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한 시즌만에 팀을 재편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챔피언십은 EPL과 다르게 '더 영국적인 축구'를 펼친다. 기술 보다는 속도, 전술 보다는 몸싸움이 강조된다. 여기에 최적화된 팀을 상대하다보니 고전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팬들과 운영진의 관심이 남아있는 강등 첫 시즌이 '골든타임'이다. 한 시즌 정도는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을 묶어 둘 수 있다. 웨스트햄, 퀸즈파크레인저스 등이 골든타임을 통해 EPL로 복귀한 팀들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더 큰 추락이 이어진다. 올 시즌 강등이 유력한 애스턴빌라 팬들이 이번 강등이 팀의 더 큰 추락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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