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난 이란, 반세기 걸친 악연사

기사입력 2016-04-12 18:56



한국과 이란은 동-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다. 매 경기가 접전이었다. 그만큼 악연도 많은 팀이다.

이란을 상대로 승승장구 하던 한국에게 '악연'의 시작은 1972년 방콕아시안컵 결승이었다. 당시 한국은 박이천의 득점에도 이란에 2골을 내주며 1대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동안 잠잠했던 악연의 고리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이란에 다시 0대1로 덜미를 잡히면서 되살아났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전은 본격적인 악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은 전반전을 2-1로 앞선 채 마쳤으나 후반전에만 거짓말 같이 5실점 하면서 2대6 참패를 당했다. 박종환 감독이 경질되고 차범근 감독 체제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준비하게 된 배경엔 이란이 있었다.

악연은 8년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04년 중국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은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는 수모를 당하며 3대4로 패했다. 2007년 동남아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당한 1무1패의 열세는 본선 8강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하며 털어냈으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선 박지성의 활약에도 두 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땅을 쳤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의 악연도 상당하다. 자바드 네쿠남은 한국에게 "테헤란에서 지옥을 보여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울산에서 가진 리턴매치에서는 승리를 가져간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당시 A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최강희 전 감독(현 전북)에게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양팀 코칭스태프들이 충돌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에게도 이란은 아픈 상대다. 지난 2014년 11월 테헤란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0대1 패배를 맛본 바 있다.

이란의 안방인 테헤란도 슈틸리케호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곳이다. 한국은 그동안 총 6차례 테헤란 원정에서 무승(2무4패)로 열세다. 해발 1200m 고지대에서 10만명의 관중이 내뿜는 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원정 요소다.

한국은 오는 10월 11일 테헤란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리턴매치인 최종예선 9차전은 2017년 8월 31일 국내서 열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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