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현장스케치]'곳곳 빈자리' 아스널의 씁쓸한 현실

기사입력 2016-04-22 05:53


경기 중 경기장을 이탈하는 관중들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산만했다. 집중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곳곳이 빈자리였다. 그나마 보였던 응원의 문구도 보이지 않았다. 본부석 맞은편 좌석에 찍힌 대포문양까지 드러날 정도였다. 팬들의 실망감은 그대로 직관(직접 관전의 은어) 거부로 드러났다. 아스널의 현실이었다.

22일 새벽(한국시각) 아스널은 홈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웨스트브로미치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홈경기를 펼쳤다. 이미 우승은 물건너간 상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웨스브브로미치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남은 5경기에서 전승을 한다고 하더라도 승점이 75에 불과하다. 현재 1위는 레스터시티. 4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승점은 벌서 73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직행 티켓이 걸린 3위 자리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아스널 팬들의 자긍심에 금이 갔다. 이번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매년 우승권까지 갔다가 1, 2월 이후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티켓을 팔러 나온 팬들도 많이 보였다. 경기 시작 후 들어오는 팬들도 많았다. 평일 경기이긴 해도 이날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생일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공휴일이었다. 그만큼 경기에 큰 기대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아스널 선수들이 선전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조금씩 달아올랐다. 전반 6분과 38분 알렉시스 산체스의 연속골이 나왔다. 대량득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 사이 관중들도 더 들어왔다. 아스널에서 발표한 관중수는 5만9568명. 하지만 현지 기자들 몇몇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한 기자는 관중수를 알리는 팻말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믿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후반 들어 아스널 선수들은 웨스트브로미치의 골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관중들은 실망했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자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났다. 후반 30분이 지나자 관중석의 반 가까이가 휑해졌다. 40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이탈 행렬이 발생했다. 표정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이 무덤덤했다.


경기 후 항의 플래카드를 드는 일부 아스널 팬들
경기가 끝났다. 아스널은 2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63으로 3위 맨시티(승점 61)를 제치고 3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래도 끝까지 남아있는 관중들도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다만 그들 가운데 몇몇이 든 플래카드는 반전이었다. '우리는 아스널FC지 아르센FC가 아니다', '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벵거 아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다른 팬들도 그 문구를 보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승리했지만 씁쓸한 아스널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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