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전설' 박지성-안정환, 입담도 '전설급'

기사입력 2016-05-18 18:38


2017 FIFA U-20 월드컵 홍보대사 위촉식 및 U-20 크루 발대식이 18일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2017 FIFA U-20 월드컵 홍보대사로 위촉된 안정환과 박지성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정환과 박지성은 대회를 1년 앞두고 진행되는 홍보대사 위촉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2017 U-20 월드컵의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U-20 월드컵은 2017년 5월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18/

박지성(35)과 안정환(40).

한국축구의 영웅들이다. 이견이 없다. 둘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다. 박지성은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 입단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다. 안정환도 역사를 썼다. 2000년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리그의 문을 열었다. 누구보다 화려했던 두 전설. 이제 박지성은 축구재단 JS파운데이션의 이사장으로, 안정환은 방송을 종횡무진하는 축구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각자의 길을 걷던 박지성과 안정환이 한 자리에 모였다.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 이날 박지성과 안정환은 위촉식을 통해 다음해 5월 20일 국내에서 열리는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박지성은 "나는 U-20 월드컵에 나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홍보대사로 나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후배들과 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정환은 "이렇게 후배들을 위해 홍보대사로 일하게 돼서 영광"이라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받았던 혜택과 사랑을 잊지 않고 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여느 행사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되던 위촉식.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전설들이 입담을 과시했다. 박지성이 포문을 열었다. '선수시절 안정환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박지성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다. 배우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술을 소유했다"며 "외모도 축구선수의 외모가 아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럼 어떤 외모가 축구선수 얼굴인가'라고 묻자 "나 같은 얼굴이 축구선수 외모"라고 답해 좌중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안정환도 뒤지지 않았다. 안정환은 '별 다른 수익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박지성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미 많이 벌어놔서 걱정이 안 된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던 중 "언론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단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사는 읽더라도 댓글은 보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며 "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던 기자들이 모두 지금 이 자리에 와있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과거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두 전설. 박지성은 잠시 고민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경기를 즐겨야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다.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후회는 없지만 미련이 있다. 생각이 더 열려있었다면 많은 게 바뀌지 않았을까"라고 입을 연 뒤 "다시 돌이킨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질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그 때는 왜 더 노력하지 않았나'라는 진행자의 짓궂은 질문에 안정환은 "그러게 말이다"고 해 또 한번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그 때 알았다면 모든 것을 걸고 했을텐데 참 아쉽다"고 털어놨다.

웃음도 잠시, 이내 진지함을 되찾았다. 박지성은 진심어린 목소리로 "U-20 월드컵은 어쩌면 선수 일생에 단 한 번일 것이다. 부담이 있겠지만 자국에서 하는 대회인 만큼 최선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정환도 "선수로서 월드컵을 참가한다는 것은 평생에 가장 큰 행운"이라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후배들에게도 모든 것을 쏟아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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