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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교에 장비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드루와 드루와' 상황이다. 매복이 두렵다지만 상대는 단 하나 뿐인데 쉽사리 못들어온다.
쫓겨다니던 시절 유비 군사는 약해 빠졌지만 훗날 오호 장수로 불렸던 1대1 싸움꾼들 만큼은 아주 셌다. 아니 적어도 '쎄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은 그 판에서 유명인사였다. 상대가 있는 싸움이나 전쟁이나 스포츠에는 기싸움이란게 있다. 밀리면 십중팔구 진다. 제 기량 발휘가 안된다. 심리가 신경을 타고 흘러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키기 때문이다.
강적을 만나면 두가지 다른 싸움을 해야 한다. 나보다 나은 실력을 가진 상대와의 물리적 싸움, 또 하나는 나보다 세다는 생각이 드는 상대와의 심리적 싸움이다. 하나도 힘든데 둘이라니, 그래서 설상가상이다. 이변이 힘든 이유다. 물리적 싸움이 안되는 약자는 심리적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해볼만 하다. 별 것 아니다'라는 최면이 필요하다. 이마저 안되면 백전백패다.
20년만의 대패에 전문가들의 각종 분석이 쏟아진다. 섣불리 올린 라인의 실패라고도 하고, 압박 실패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5일 또 다른 유럽의 강자 체코전을 앞둔 슈틸리케호. 지금은 심리적 싸움에 집중할 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