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의 '맏형 리더십', '퐈이야' 정성룡의 명예회복

기사입력 2016-06-06 20:34


◇곽태휘(왼쪽)가 5일(한국시각) 프라하의 에덴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공격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프라하(체코)=ⓒAFPBBNews = News1

체코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낚은 슈틸리케호. 반전의 힘은 '수비'에서 나왔다.

나흘 전 '무적함대' 스페인에게 무려 6골을 얻어 맞으며 속절없이 무너지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시작 1분 만에 실점한 뒤 파상공세에 시달렸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 중심에는 '맏형' 곽태휘(35·알 힐랄)와 와신상담한 골키퍼 정성룡(31·가와사키)이 있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곽태휘의 손과 입은 바쁘게 움직였다. 1m90의 장신 공격수 토마스 네시드(CSKA)를 상대하면서도 포백라인에 나란히 선 후배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곽태휘는 후배들 사이에서 '말수 적은 선배'로 통한다. '맏형의 체면'이 아닌 타고난 성격이다. 불필요한 말보다는 간결하고도 묵직한 한마디로 소통하는 플레이를 미덕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체코전을 앞두고는 스스로 나서면서 1골차 승리를 진두지휘 했다. 곽태휘는 경기 뒤 "스페인전에서 맥없이 무너진 뒤 선수들과 미팅을 가졌다. '아쉽지 않냐. 이렇게 하지 말자. 투지와 우리 축구를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골을 먹을 수는 있지만 무너지면 안된다. 대인마크가 안되면 서로 도와야 한다"며 "오늘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안되면 다른 사람이 달려들어 조직적으로 도와야 하는데 경기 중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됐다"고 체코전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뒤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여 한동안 방황했던 정성룡은 가와사키 유니폼을 입은 올해 리그 전경기에 나서 0점대 방어율(14경기 13실점·경기당 평균 0.93골)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전에서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이 무너지자 정성룡의 체코전 선발 출전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정작 그는 체코전을 앞두고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장시간 이동의 피로와 스페인전 대패로 인한 스트레스에 급체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 체코전 초반 문전 오른쪽으로 굴러오는 볼을 잡다 놓칠 때만 해도 벤치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2-1의 팽팽한 리드가 이어지던 후반 19분과 29분 골과 다름없는 상대 슈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쳐내며 박수를 받았다. 스페인전에서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한 뒤 속절없이 무너졌던 김진현과 달리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정성룡은 "경기 전에 죽만 먹었는데 전반전을 마치니 힘이 하나도 없더라. 정신력으로 버티고자 했다"며 "그동안 팬들의 질책을 곱씹으며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고자 했다. 100% 만족할 순 없었지만 열심히 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스페인전 대패의 눈물을 체코전 승리로 닦아냈다. 곽태휘와 정성룡의 투혼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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