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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부활하고 있다.
커다란 분수령은 25일 홈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제주와의 경기다. 수비수 곽광선의 결승골로 올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더구나 이번 제주전 무실점 승리는 벤치에 서정원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거둔 것이라 1승 이상의 의미가 부여됐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한 서포터스 모금운동에 깜짝 놀랐다. 놀란 이후에는 정신 바짝차리고 보답하자는 분위기가 선수단에 퍼졌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제주전이 끝난 뒤 "팬들의 모금운동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더욱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감동했다. 서 감독은 지난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1대1 무) 도중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명령을 받은 후 리그 2경기 출전금지와 제재금 120만원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 감독과 수원 선수단 입장을 이해한다며 '서 감독 제재금 모금운동'을 공개 제안했다. 이 제안에 무려 110여개의 댓글이 붙는 등 호응이 컸다. 서 감독과 선수들에겐 필승 의지를 더욱 굳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주장 염기훈을 중심으로 "팬들이 저렇게 응원해주는 데 감독님이 없다고 약한 모습보이면 되겠나. 달라진 모습으로 보답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사실 서 감독은 시즌 초반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일부 서포터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는 등 난항을 겪었다. 그랬기에 '쿨'하게 힘을 실어주는 서포터의 응원이 남달랐다. 더구나 프렌테 트리콜로는 제재금 이상의 금액이 모이면 잔여금으로 유소년 축구용품을 구입해 서 감독과 프렌테 트리콜로 명의로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구단은 팬들의 성의를 존중해 모금액으로 제재금을 납부한 뒤 서 감독이 제재금에 상응하는 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에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연스럽게 온정 릴레이가 펼쳐지는 셈이다.
주전-비주전 조화, 서서히 자리잡는다
이번 제주전에서 일등공신은 결승골의 주역 곽광선이다. 곽광선은 올해 상주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곽희주 민상기 구자룡 연제민 이정수 등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홍 철과 양상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를 얻자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FA컵 32강전에서 결승골을, 16강전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 출전해 무실점을 견인했다. 서 감독은 15일 전북전부터 클래식 3경기 연속 스리백을 내밀고 있다. 곽광선과 장호익 등 벤치워머의 제 역할이 없었다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변신이다. 여기에 주전 골키퍼 노동건에 밀려 있던 양형모도 매 경기 선방을 펼쳐보이며 수비 불안을 더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벤치워머만 잘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뒤에서 이들을 자극하고 받쳐 준 베테랑이 있다. 감독없는 제주전 중원에서 선수들을 다독인 조원희 백지훈을 비롯해 스리백 곽광선을 옆에서 리드해 준 이정수 구자룡이 숨은 공신이다. 팀의 에이스 권창훈이 부상 여파로 빠진 위기에서 찾아낸 조화라 더 반갑다. 권창훈은 18일 슈퍼매치가 끝난 뒤 "형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이 미쳐서 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형님들의 움직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말한 적 있다. 이것이 수원 베테랑의 힘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