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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부활하고 있다.
커다란 분수령은 25일 홈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제주와의 경기다. 수비수 곽광선의 결승골로 올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더구나 이번 제주전 무실점 승리는 벤치에 서정원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거둔 것이라 1승 이상의 의미가 부여됐다.
지난 22일 부산과의 FA컵 16강전(1대0 승)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처음으로 2경기 무실점 승리를 거둔 수원. 이전까지 수원의 발목을 잡았던 선제골 이후 동점 허용, 경기 막판 실점 등의 '몹쓸병'에서 탈출한 게 더 기쁘다. '선장'없는 수원의 부활에는 그럴 만한 원동력이 숨어 있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한 서포터스 모금운동에 깜짝 놀랐다. 놀란 이후에는 정신 바짝차리고 보답하자는 분위기가 선수단에 퍼졌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제주전이 끝난 뒤 "팬들의 모금운동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더욱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감동했다. 서 감독은 지난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1대1 무) 도중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명령을 받은 후 리그 2경기 출전금지와 제재금 120만원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 감독과 수원 선수단 입장을 이해한다며 '서 감독 제재금 모금운동'을 공개 제안했다. 이 제안에 무려 110여개의 댓글이 붙는 등 호응이 컸다. 서 감독과 선수들에겐 필승 의지를 더욱 굳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주장 염기훈을 중심으로 "팬들이 저렇게 응원해주는 데 감독님이 없다고 약한 모습보이면 되겠나. 달라진 모습으로 보답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사실 서 감독은 시즌 초반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일부 서포터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는 등 난항을 겪었다. 그랬기에 '쿨'하게 힘을 실어주는 서포터의 응원이 남달랐다. 더구나 프렌테 트리콜로는 제재금 이상의 금액이 모이면 잔여금으로 유소년 축구용품을 구입해 서 감독과 프렌테 트리콜로 명의로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구단은 팬들의 성의를 존중해 모금액으로 제재금을 납부한 뒤 서 감독이 제재금에 상응하는 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에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연스럽게 온정 릴레이가 펼쳐지는 셈이다.
주전-비주전 조화, 서서히 자리잡는다
이번 제주전에서 일등공신은 결승골의 주역 곽광선이다. 곽광선은 올해 상주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곽희주 민상기 구자룡 연제민 이정수 등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홍 철과 양상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를 얻자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FA컵 32강전에서 결승골을, 16강전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 출전해 무실점을 견인했다. 서 감독은 15일 전북전부터 클래식 3경기 연속 스리백을 내밀고 있다. 곽광선과 장호익 등 벤치워머의 제 역할이 없었다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변신이다. 여기에 주전 골키퍼 노동건에 밀려 있던 양형모도 매 경기 선방을 펼쳐보이며 수비 불안을 더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벤치워머만 잘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뒤에서 이들을 자극하고 받쳐 준 베테랑이 있다. 감독없는 제주전 중원에서 선수들을 다독인 조원희 백지훈을 비롯해 스리백 곽광선을 옆에서 리드해 준 이정수 구자룡이 숨은 공신이다. 팀의 에이스 권창훈이 부상 여파로 빠진 위기에서 찾아낸 조화라 더 반갑다. 권창훈은 18일 슈퍼매치가 끝난 뒤 "형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이 미쳐서 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형님들의 움직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말한 적 있다. 이것이 수원 베테랑의 힘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