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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우리가 정말 전북을 이긴 게 맞죠."
클래식 1강 전북과 챌린지 4위 부천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예상됐다. 같은 K리그 소속 선수라고 해도 클래식과 챌린지라는 '넘사벽'의 경계가 있었다. 게다가 전북은 올 시즌 개막 19경기 연속 무패(10승9무)를 달리는 클래식 최강팀이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이변은 없는 듯했다. 전북은 전반 25분 만에 김신욱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반면 부천은 전북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 급급했다. 그러나 다윗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순간 부천의 매서운 괴력이 용틀임을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승리의 기쁨은 하루가 지난 뒤에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닥공' 전북을 상대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류원우는 "이틀 연속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전북전을 앞두고는 '우리가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밤을 지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 이긴 뒤에는 너무 행복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역전골의 사나이 이학민도 마찬가지였다. 이학민은 "전북전을 앞두고 옛 생각이 났다. 2014년 전북전에서 득점했는데 데뷔골이었다. 이번에도 전북전에서 골을 넣었다. 사실 득점 장면이 흐릿하게 느껴져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고, 승리까지 거둬 기쁘고 뿌듯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꿈을 현실로 바꾼 부천 선수들은 이제 또 다른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시 일상이다. 부천은 16일 오후 7시 안양종합운동장에서 FC안양과 챌린지 23라운드를 치른다. 류원우는 "어제의 꿈은 끝났다. 이제는 내일의 꿈을 향해 열심히 뛰겠다. '클래식 승격'이라는 큰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