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청춘열전] ③좌절-눈물 딛고 '거침없이 하이킥'

기사입력 2016-08-03 19:22


여자 펜싱 에페 신아람 선수가 1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바하 올림픽파크 펜싱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16.8.1/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매우 단단하다. 웬만한 힘에는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고온과 고압을 견뎌낸 탄소로 만들어진 덕분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처럼 최후에 빛나기 위해서는 시련이 필요하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본 사람은 기쁨의 진정한 가치를 안다.

4년 전 런던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신아람(30·계룡시청)과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향해 무수히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한국 높이뛰기의 눈물을 딛고 일어선 윤승현(22·한체대)과 우상혁(20·서천군청)도 마찬가지다.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출발선에 선 청춘들이 브라질에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1초 오심에 울었던 신아람, 두 번의 눈물은 없다

제30회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이 열리던 2012년 7월 31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

신아람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은 결승행 티켓을 두고 피스트(펜싱 코트) 위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둘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스코어 5대5로 시소경기를 펼쳤으나 신아람이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경기 전 추첨을 통해 프리오리테(우선권-동점으로 끝나면 승리한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문제는 종료 0.1초 전에 발생했다. 심판은 남은 시간을 0초에서 1초로 되돌렸고, 신아람은 0.93초 만에 하이데만에게 공격을 허용하며 패했다. 신아람은 멈춰버린 1초에 아쉬움의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승패는 바뀌지 않았다. 금메달을 향한 신아람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이른바 '1초 오심'에 눈앞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친 신아람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서 금빛 찌르기에 나선다.

지난 4년 동안 묵묵히 견디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신아람은 2015년 바다페스트 그랑프리대회 개인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난징 국제월드컵에서도 단체전 2위, 개인전 3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무대를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올림픽 무대 위에서 4년 전 아쉬움을 털어내는 일 뿐이다. 신아람은 8월 6일 에페 예선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생애 첫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단단해진 이대훈, 그랜드슬램을 기대해

'태권도 아이돌' 이대훈 역시 4년 전 눈물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태권도 최연소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이대훈은 결승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에게 8대17로 패하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정상에 올랐던 이대훈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올림픽은 세계선수권과 체급부터 달랐다. 올림픽 태권도 남자부는 58kg급, 68kg급, 80kg급, 80kg초과급 등 4체급으로만 나뉘어져 있었기에 이대훈은 주체급이던 63kg급 대신 58kg급에 출전했다.

본 경기에 앞서 이대훈을 힘들게 한 것은 혹독한 다이어트였다. 58kg급에 출전하기 위해 평소보다 감량폭을 늘렸다. 이대훈은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뒷심에서 밀렸다. 이대훈은 정상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겼다.

눈물을 딛고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함께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이대훈은 이번 대회에서 한 체급 높여 68kg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68kg급은 남자 태권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4년 전 이대훈에게 아쉬움을 안겼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도 68kg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퇴는 없다. 이대훈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자타공인 '금메달 0순위' 후보다.

자만도 없다. 이대훈은 "금메달이 목표다. 4년 전 아쉬움을 극복하겠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나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승현-우상혁, 한국 높이뛰기의 눈물을 닦는다

높이 뛰기의 윤승현과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꿈을 안고 브라질 땅을 밟는다.

한국에서 육상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특히 높이뛰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이진택 이후 3회 연속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윤승현과 우상혁이 한국 육상의 꿈을 안고 리우 하늘을 날아오른다.

이번 대회 한국 최장신 선수인 윤승현(1m93)은 지난해 9월 전국실업단대항대회에서 2m32를 뛰어넘으며 일찌감치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상혁은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년 오사카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남자부 높이뛰기 결승에서 개인 최고(종전 2m25)인 2m29를 기록하며 리우행 막차에 올랐다. 둘은 16년 만에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높이뛰기의 꿈을 리우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눈물을 딛고 일어선 태극전사들의 위대한 도전은 6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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