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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6)는 피겨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궈낸 영웅이다.
하지만 '포스트 김연아'는 아쉬움 자체였다. 김연아가 떠난 후 한국 피겨에는 또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허전함을 메워줄 만한 선수가 없었다. 2016년 새해 벽두 초등학생인 유 영(12·문원초)이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2018년 평창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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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는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 대회에서 역대 국내 남자 싱글 최고점인 220.40점으로 우승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한 달 뒤 이준형(20·단국대·223.72점)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만 14세 소년의 기록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성장 진행형'인 차준환에게 올해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지난해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된 그랑프리 무대와 처음 부딪혔다. 차준환은 7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210.58점을 획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환상적인 데뷔전이었다. 그는 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남자 싱글에서 역대 ISU 주니어 대회 최고점인 239.47점(쇼트프로그램 79.34점·프리스케이팅 160.13점)을 기록하며 최정상에 우뚝 섰다. 국내 선수가 ISU 공인 최고점을 갈아치운 것은 김연아 이후 차준환이 처음이다. 국내 남자싱글 최고점 기록도 다시 갈아치웠다. 김진서(20·한국체대)가 세운 국내 선수 ISU 공인 역대 최고점(207.34점)도 훌쩍 뛰어넘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는 또 다르다. 그럼에도 무서운 성장속도로 볼 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차준환은 지난해부터 캐나다에서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을 조련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동행하고 있다. 약점으로 꼽힌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마스터했다. 남자 싱글의 필수 요소인 '쿼드러플 점프(공중 4회전)'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필살기로 준비한 쿼드러플 살코(공중 4회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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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도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이 나와 기분이 좋다"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준환은 '포스트 김연아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평창올림픽은 50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김연아 이후 심화되고 있는 한국 피겨의 갈증을 해소할 기대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일단 기대해볼 만한 재목임은 분명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