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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지(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당사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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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스타디움 앞. 서서히 사라들이 몰려들었다. 경기장 앞 햄버거 가게 근처를 서성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람들끼리 토론이 한창이었다. 기성용 이야기도 있었다. 살짝 엿들었다. 의견은 분분했다. 에이스였던 기성용을 잘 쓰지 못하는 귀돌린 감독이 문제라고도 했다.기성용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이도 있었다. 기성용이 화날만도 했다는 의견도 들렸다. 분명 스완지시티 팬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매치 프로그램 책자를 폈다. 기성용 인터뷰가 메인에 있었다. 여름 프리시즌 기성용의 기초군사훈련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기성용은 "기초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군인들이 자랑스러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름 프리시즌에 훈련을 받아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100% 몸상태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했다. 이미 BBC웨일스와 스완지시티 홈페이지를 통해 나온 내용들이었다. 9월 초 인터뷰했던 내용들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늦었지만 기성용의 인터뷰를 실은 것은 그만큼 팬들의 관심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반 45분이 지났다. 1-1로 마쳤다. 스완지시티는 맨시티를 상대로 나름 선방했다. 하프타임 경기장 내로 들어갔다. 팬들은 맥주와 햄버거를 먹으며 경기장 내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카메라는 오랜 시간 기성용을 비췄다. 팬들도 말없이 기성용을 지켜봤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지켜보던 팬 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한국 취재진임을 알아보고 "기성용이 아마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잘하는 선수인데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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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이 시작됐다. 맨시티는 역전골을 넣었다. 1-2로 뒤진 후반 27분 기성용이 투입됐다. 스완지시티 홈팬들은 기성용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기성용이 볼을 잡으면 '키'를 외쳤다. 좋은 수비를 보여줄 때도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경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맨시티는 한 골을 더 넣었다. 결국 스완지시티는 실력차를 극복할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기성용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팬들을 향해서 박수를 쳤다. 응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의 의미였다. 팬들도 기성용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향했다. 많은 기자들이 나와있었다. 많은 현지 기자들이 기성용과의 인터뷰를 원했다. 기성용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싶어했다. 스완지시티 미디어담당관이 알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한두명씩 나왔다. 기성용은 믹스트존을 통과하지 않았다. 현지 기자들은 다른 선수들을 인터뷰하느라 바빴다. 기성용을 보지 못했다. 스완지시티 미디어담당관에게 다가가 그 사실을 알렸다. 미디어담당관은 잠시 머뭇하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경기장에서 스포츠조선만 기성용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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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일단 "사우스햄턴전에서의 행동에는 내 잘못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밝혔다. 기성용은 "경기 중 교체를 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 포지션에서 뛰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게 좀 쌓였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대목이었다. 실제로 귀돌린 감독은 기성용을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뛰게 했다. 혹여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게 할 때면 대부분 15~20분 정도만 뛰게 했다. 기성용은 이런 답답한 상황에 대해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기성용은 자신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경기를 꾸준히 나간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기성용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이를 증명해왔다. 어린 나이에 FC서울에 입단했을 때, 그리고 세뇰 귀네슈 감독이 그를 중용했을 때였다. 기성용은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셀틱으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거칠고 파워넘치는 축구에 고전했다. 하지만 이내 파워를 길렀다. 스코틀랜드 최고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스완지시티에서도 그랬다. 변함없는 기량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때문에 기성용의 자신감과 웃음이 반가웠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확신이 들었다.
분명 기성용은 '늘 그렇듯 길을 찾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