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기쓰는 이란, 그 뒤엔 아픔이 있다

기사입력 2016-10-06 20:41


ⓒAFPBBNews = News1

한국과 이란은 '멀지만 가까운 이웃'이다.

1977년 테헤란 시장의 서울 방문을 기념해 양국은 '테헤란로(한국)'와 '서울로(이란)'를 주고 받으면서 우호 관계를 시작했다. 이후 이란은 한국의 중동 최대 교역국으로 성장했고, 이란은 중동 내 '한류 열풍'이 가장 뜨거운 국가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축구는 정반대다. 이란은 한국만 만나면 이를 갈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자바드 네쿠남 등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도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승부욕으로 치부하기엔 도가 넘은 망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전적에서 9승7무12패로 열세다.

사실 이란 축구사에 한국은 아픔이다. 시계는 반 세기 전인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린 도쿄아시안게임은 이란 축구가 두 번째로 국제무대에 선 자리였다.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1951년 뉴델리 대회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란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첫판에서 이스라엘에 0대4로 참패하면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2차전에서 만난 상대는 1956년 아시안컵 우승팀 한국이었다. 한국은 당시 함흥철 최정민 문정식 등 최강의 멤버로 구성된 우승후보였다. 5월 28일 도쿄시립경기장에서 양팀의 역사적인 첫 맞대결이 펼쳐졌다.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한국은 경기시작 6분 만에 이수남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33분 김영진의 추가골까지 보태 2-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 했다. 후반 5분에는 문정식, 8분에는 최정민이 골망을 가르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 지었다. 후반 39분엔 우상권이 쐐기포를 터뜨리며 5골차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패배는 이란이 1950년 터키에 당한 1대6 패배와 함께 이란 대표팀의 역대 최다골차 패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란 입장에선 이를 갈기에 충분한 악몽이다.

한국 축구도 1996년 '이란 쇼크'에 울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을 만났다. 전반까지만 해도 김도훈 신태용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앞섰으나 후반에만 5골을 내주는 졸전 속에 2대6으로 패했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란' 하면 떠오르는 트라우마 중 하나다.

환호와 눈물을 주고 받은 두 팀이 29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전을 준비 중인 이란은 안방 필승을, 한국은 이란 원정 악연과의 작별을 다짐하고 있다. 매 경기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던 두 팀의 희비가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갈릴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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