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에 분 '차두리 효과', 그리고 변화

기사입력 2016-11-09 21:26


◇차두리 A대표팀 전력분석관.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움직여야 돼!"

더 이상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차미네이터'가 아니었다.

9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소집 이틀 째를 맞은 A대표팀 훈련에서 차두리 전력분석관(36)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나란히 섰다. 캐나다, 우즈벡과의 A매치 2연전을 준비하는 슈틸리케호의 본격적인 전술훈련이 시작된 이날 차 분석관은 슈틸리케 감독의 입이 되어 수비수들의 훈련을 지도했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이 방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A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과 독일어로 소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공식 취임 이래 아르헨티나 출신인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를 배려하고자 모국어인 독일어 대신 스페인어를 사용해왔다. 독일 태생으로 현지인 못잖은 독일어 구사 능력을 갖춘 차 분석관의 존재는 슈틸리케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차두리 효과'는 '통역'에 그치지 않았다. 현역시절 그는 공격수로 출발했지만 수비수로 기량의 꽃을 피웠다. 수비진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날 훈련에서도 차 분석관은 슈틸리케 감독이 수비수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훈련을 도왔다. 그가 세세하게 전달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사항에 선수들도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우즈벡전 필승을 위한 '업무'도 시작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차 분석관이) 훈련 보조 뿐만 아니라 전력분석관으로써 코칭스태프에게 자료를 토대로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팔을 걷었다. 공격수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은 "(차 분석관이) 훈련 전 선수들과 만나 지난 이란전과 이번 A매치 2연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역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선수들의 입장을 잘 아시는 분이다. (A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 분석관의 합류를 계기로 팀 운영에도 변화를 줬다. 아르무아 수석코치의 체력조련이 끝난 뒤 신태용 코치와 슈틸리케 감독의 '특별 훈련'이 실시됐다. K리그 지도자 시절 스스로 '신공(신나게 공격)'을 부르짖었던 신 코치가 공격수들을, 슈틸리케 감독과 차 분석관이 수비진을 지휘하면서 우즈벡전 필승 해법을 찾았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의 의견을 취합해 공수 훈련 전반을 통솔해왔다.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우즈벡전 필승 해답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발목과 허벅지에 각각 통증을 안고 있는 손흥민(24·토트넘) 기성용(27·스완지시티) 홍 철(26·수원 삼성)은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우즈벡전 담금질을 이어갔다.

슈틸리케호는 10일 결전지인 천안으로 이동해 공식 기자회견 및 훈련을 갖는다. 11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전을 치른 뒤,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벡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갖는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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