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프로연맹 혁신 4년, K리그는 진화하고 있다

최종수정 2016-12-20 09:04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산실이다.

때론 팬들의 매서운 회초리에 '동네북'으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K리그가 없는 한국 축구는 상상할 수 없다. 역할과 가치도 증대되고 있다.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17세 이하, 20세 이하, 23세 이하 등 각급 대표팀이 K리그가 낳은 얼굴들로 채워졌다. K리그 출신 해외파도 대세로 자리잡았다. A대표팀은 전·현 K리거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이 야속할 때가 종종 있다. 충분히 대우를 받아야 할 소중한 자산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론몰이'에 휘말려 평가절하되는 아픔도 존재한다.

다시 한번 4년을 되돌아 볼 시기가 도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0대 총재로 선출된 권오갑 총재의 4년 임기가 다음달로 끝이 난다. 정관상 연임이 가능하지만 권 총재의 의지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권 총재는 정몽규 총재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이동하면서 2013년 2월 K리그의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전임 집행부에선 오랜 숙원이었던 1, 2부 승강제의 뼈대가 구축됐다. 실현은 새 집행부의 몫이었다. 2013년은 승강제의 원년이었다. 양적 팽창에 따른 시대의 파고가 거셌다. 1, 2부 리그 운영에 따른 회의론도 있었다. 기존 몇몇 구단의 불만이 고조됐고 팬들의 질타도 있었다. 하지만 혁신을 화두로 내세운 프로연맹의 4년은 이전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걸었다. 평가받을 만한 굵직한 발자취도 남겼다.

K리그는 2012년 16개팀, 단일리그로 운영되다 2013년 1부 14개팀, 2부 8개팀, 2014년 1부 12개팀, 2부 10개팀에 이어 지난해부터 1부 12개팀, 2부 11개팀 체제로 완성됐다. 서울 이랜드FC와 안산, 아산의 창단, 성남의 시민구단 전환 등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K리그도 비켜갈 수 없었다. 23개팀의 여건과 이해관계는 모두 달랐다. 정면충돌 외에는 탈출구가 없었다. 2013년 '비욘드(Beyond) 11'을 기치로 내건 프로연맹은 건강한 리그 운영을 위해 내실을 꾀하는 데 1차적인 주안점을 뒀다.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과 시·도민구단이 혼재한 K리그의 하부구조는 부실했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선수 연봉 공개는 첫 단추였다. 좌석당 실제수입(객단가)도 공개됐다. 찬반이 팽배했지만 필수불가결한 정책이었다. 투자를 마다할 리그는 없다. K리그는 더 절실하다. 하지만 투자가 한계치에 다다랐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아우성이 메아리쳤다.

기업구단의 경우 모기업이 더 이상 K리그를 홍보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세금이 투입되는 시·도민구단은 자본 잠식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팀이 늘어났다. 기형적인 구조, 수술이 필요했다. 냉정한 내부 진단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했다. 선수 연봉 공개를 통한 '거품빼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객단가 공개도 '공짜표 근절'을 위한 의미있는 발걸음이었다.


논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급여의 1%를 기부하는 사회공헌 활동(CSR)도 전개했다. 장기기증 캠페인과 심폐소생술 자격 취득 확대 등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3년 프로스포츠 단체로는 최초로 축구산업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부문별 전문인력 양성에도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CEO, 경영, 마케팅, 티켓 판매, 홍보, 심판 등 전 분야에 걸쳐 매뉴얼과 백서 등을 발간하며 내부 콘텐츠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프로연맹은 내년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구단의 적자 규모를 제한하는 '재정 페어플레이(FFP·Financial Fair Play)' 도입으로 경영 정상화와 자립기반 구축을 뒷받침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2017년부터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별로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비디오 판독을 담당하는 '비디오 레프리' 제도를 시범 시행키로 해 그라운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연맹은 관중 증대→미디어의 관심→TV 중계 확대→시청률 증가→방송사 광고 수입 증대→중계권 가격 상승→K리그 스폰서 확대→경기력 및 팬 서비스 향상 등의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미래는 없다. 몸부림이라도 쳐야 또 다른 내일을 설계할 수 있다.

여느 사회처럼 축구계도 늘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혁신에는 분명 고통도 따른다. 특히 투명성 강화는 타협할 수 없는 K리그의 성장동력이다. 프로연맹의 혁신 4년, K리그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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