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남 잔류' 황의조 "몇일 동안 전화도 안받았어요"

기사입력 2016-12-21 19:19


◇황의조. 성남=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몇일 동안 전화도 안받았어요."

수화기 속 황의조(성남)의 목소리는 '까칠'했다. 그간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루에도 수백번 생각을 바꾸었다.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외면했다. 그의 꿈이었던 해외진출과 강등된 팀 현실 사이를 오갔다. 황의조는 "너무 힘들었다. 해외진출이 넘버원 옵션이었다. 예전부터 준비해왔다. 하지만 팀 현실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컸다"고 했다.

결국 황의조의 선택은 잔류였다. J리그 감바 오사카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성남과 재계약을 했다. 팀에 대한 의리가 먼저였다. 특히 박경훈 신임 감독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 황의조는 "감독님이 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여러차례 해주셨다. 면담 중 '성남에서 키운 황의조가,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어 "어렵게 결정한 만큼 이제 한가지만 생각하겠다.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16년 황의조에게 아픈 한해였다. 승승장구 하던 그의 축구인생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봤다. 2015년 15골을 넣으며 A대표팀까지 입성했던 황의조는 2016년 9골에 그쳤다. 황의조는 "이상하게 골이 안들어갔다. 개인적으로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분석까지 했는데 막상 또 찬스가 오면 안들어가더라. 참 답답했다"고 했다. '주포' 황의조가 침묵한 성남은 강등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황의조는 "허탈했다. 우리가 강등될 팀도 아니고, 순위도 아니었다. 몇일 동안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로 무너지면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한다. 황의조는 약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힘든 경험도 했고, 강등도 됐다. 내 축구인생에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시즌 안보내려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변화를 위한 판은 깔렸다. 성남은 박 감독을 데려왔다. 박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황의조는 "재밌을 것 같다. 기존 감독님들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일단 기존 멤버들을 대거 잡아준다고 하니 큰 어려움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말미에는 "승격시키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에이스'로서의 자각,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동기부여였다. 황의조는 "공격수니까 공격포인트를 올리는데 중점을 두겠다. 챌린지에 있는만큼 더 부각이 되려면 클래식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대표팀도, 해외진출도, 개인적인 발전도 모두 이룰 수 있는 한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물론 마지막에 이 한마디롤 붙였다. "반드시 클래식에 올라가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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