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이 산소]③'이 팀은 꼭 이긴다', 흥미로운 K리그 더비 구도

기사입력 2016-12-25 18:38



'더비'는 전쟁이다.

경마에서 유래된 '더비(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등이 세계 최고의 더비로 꼽힌다. 더비의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비가 열리는 일주일 내내 경기장 안팎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다. 경기 당일은 축구장이 전쟁터로 변신한다. 카드가 난무하고 팬들도 곳곳에서 충돌한다. 경기 후에도 여운은 계속된다. 매경기가 다 중요하지만 더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더비는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고,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다가올 2017년 K리그 클래식은 그 어느때보다도 다양한 더비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구와 강원이 새롭게 가세하며 클래식팀들간 먹이사슬은 더욱 복잡해졌다. '슈퍼매치'부터 'TK더비'까지. 라이벌전은 많을수록 좋다. 더비가 만들어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슈퍼매치-지존 더비', 올 시즌 더비의 축도 서울

FC서울은 올 시즌에도 더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과 수원이 펼치는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슈퍼매치'는 다음 시즌에도 축구팬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경기다. 다소 가라앉는듯 했던 슈퍼매치의 열기는 2016년 FA컵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폭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세계 7대 더비'로 불리는 '슈퍼매치'는 구름관중에 최고의 경기력까지 말 그대로 '슈퍼매치'다. '절대 2강'을 구축하고 있는 '우승 라이벌' 전북과 '지존 더비'도 놓칠 수 없다. 두 팀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충돌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당시 서울이 전북에 1대0으로 승리하며 짜릿한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에도 두 팀의 경기는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기 펠레스코어를 만들며 팬들의 흥미 끌고 있는 인천과의 '경인 더비'도 있다. 여기에 서울의 전신인 안양에서 팀의 기틀을 마련한 조광래 대표이사가 있는 대구와의 '친정 더비'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 밖에 전통의 더비도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K리그 전통의 명가인 울산과 포항은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있다. '7번 국도더비', '영남 더비'로도 불리는 '동해안 더비'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라이벌전이다. 포항은 전남과 '제철가 더비'를 펼친다. 전북은 울산, 수원과 얽혀있다. 모기업 이름을 딴 울산과의 '현대가 더비', 최강희 감독의 개인적 인연으로 만들어진 수원과의 '앙숙 더비'도 꽤 치열하다. 예년보다 열기가 약해졌지만 전북-전남-광주가 만드는 '호남 더비'도 K리그의 오랜 더비 중 하나다. 제주-울산-전남은 1970년생 동갑내기 조성환 감독, 김도훈 감독, 노상래 감독의 인연으로 새롭게 '절친 더비'를 형성했다.

대구의 승격 'TK가 뜨거워졌다'

새 시즌에는 대구, 강원이 승격하며 더비의 외연이 넓어졌다. 특히 경상권은 클래식의 각축장이 됐다. 같은 경북권이지만 거리가 멀어 접점이 없었던 상주와 포항은 대구의 승격으로 'TK 삼국지'를 구축하게 됐다. 대구, 포항, 상주와 TK 맹주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는 또 88올림픽고속도로를 매개로 한 광주와의 '88더비'로도 연결이 된다. 두 팀은 실제로 더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새로운 악연이 만든 새로운 더비도 있다. 인천과 울산의 '전·현직 감독 더비'다.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은 지난 8월까지 인천을 이끌었다. 그 당시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인물이 지금의 이기형 인천 감독이다. 이기형 감독은 대행 시절 김 감독의 유산으로 최고의 성적을 냈다. 아무래도 두 사령탑 간 관계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에이스' 이근호 이적 과정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했던 제주와 강원간의 '이근호 더비'도 기대를 모으는 더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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