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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심상찮은 2017년 축구판, 결국 정도를 걸어야 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1-23 20:00



새해가 시작된 지 채 한 달도 안 됐지만 국내외 축구계에 걸쳐 거세게 부는 변화의 바람이 매섭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술적인 변신도 모색하고 있다. 축구의 근간을 흔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오프사이드 폐지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 축구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입김에 의해 하루아침에 제도적 틀이 흔들렸다. 유예기간도 없이 외국인 선수 출전 한도를 3명으로 제한키로 했고,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도 도입했다. 중국은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수비수 대부분이 슈퍼리그에 둥지를 틀고 있다. 최용수 장쑤 쑤닝, 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 등을 비롯해 한국인 지도자들도 꽤 많이 진출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축구에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축구도 부산하다. K리그는 제11대 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로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도전장을 냈지만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뼈아픈 소식도 날아들었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 현대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퇴출됐다. 지난해 불거진 심판 매수 의혹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ECB)는 전북의 ACL 출전권을 박탈했다. 전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등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번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시즌 ACL은 24일부터 시작된다. 1차 예선을 통해 첫 걸음을 내딛는다. 전북의 이탈로 예정에 없던 0.5장의 ACL 티켓을 거머쥔 울산 현대는 2월 7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전북의 퇴출이 번복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1%도 채 안된다.


핫자 빈 자이드 스타디움(Hazza Bin Zayed Stadium)/ 2016 AFC챔피언스리그/ ACL/ 결승전/ 2차전/ 알아인FC vs 전북현대모터스/ 전북 우승/ 우승 세레머니/ 사진 정재훈
심상찮은 2017년 축구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국제적인 변화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다면 의견도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도 국가대표, 유소년, 해외파 등 시스템 재정비 등을 통한 능동적인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구촌 축구의 특성상 변화는 곧 우리 앞에 닥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더 이상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국내 축구계도 일신우일신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 전북의 ACL 퇴출은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예상 범주에 있던 시나리오였다. AFC는 지난해 이미 전북의 '부정'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ACL 우승으로 상쇄되는 듯 했지만 주변국들이 줄기차게 이의제기를 하면서 설마가 현실이 됐다.


AFC의 결정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전북으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전북이다. 때론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전북의 다음 그림은 또 달라질 수 있다.

프로연맹도 정상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신 교수가 낙마하면서 권오갑 총재의 현 집행부는 한시적으로 유임됐다. 정관에는 '후임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상황은 '기다림'이다. 프로연맹은 총회를 통해 새로운 선거규정을 신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 규정에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기탁금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총재 선거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 총회에서 대의원 추대로 새 총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올 시즌 K리그는 3월 4일 개막된다. 선거를 통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판이 깨질 수도 있다. 누가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든 문체부의 승인이 떨어지는대로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

갈 길도 멀고, 할 일도 많다. 축구에는 국경이 없다. 지구촌 축구는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다. 그들은 늘 한국 축구를 주시하고 있다. 설날 연휴가 코앞이다. 음력으로도 새해가 시작된다. 더 이상 일탈과 비정상은 용납되지 않는 세상이다. 2017년 한국 축구의 시대적 화두는 '정도'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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