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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선수권]'MVP' 최명희 "박말봉 감독님이 하늘에서 도와준 결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6-18 08:50



"감독님이 하늘에서 도와주신 결과죠."

'MVP' 최명희(27·창원시청)는 모든 영광을 고 박말봉 감독에게 전했다.

창원시청은 16일 강원 양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천안시청과의 2017년 한화생명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20분간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창원시청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창원시청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이후 11년만이다. 2골을 터뜨리며 팀 우승의 주역이 된 최명희는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최명희는 "선수들끼리 솔직히 우승 보다는 즐기자는 생각으로 재밌게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잘 풀렸다"며 "MVP는 나 혼자 잘했다기 보다는 동료들이 노력해서 함께 받은 상이라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최명희에게 이번 우승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창원시청은 지난해 큰 아픔이 있었다. 2006년 창단 이래 팀을 이끈 박말봉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박 감독은 거동조차 힘들었지만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경주한수원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하고 8일 뒤 박 감독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창원시청 선수단은 "우리가 계속해서 이겨서 우승까지 갔다면 더 사셨을 것이다. 우리가 죄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기회가 찾아왔다. 창원시청은 항상 발목을 잡았던 '난적' 경주한수원을 준결승에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최명희는 "사실 박 감독님 외에도 또 하나의 아픔이 있었다. 지난해 까지 함께한 동료도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다. 경기 전 감독님과 재완이형을 위해 열심히 하자고, 감독님 살아계셨을때 못드린 트로피를 전해드리자고 했다"고 했다. 이를 악문 선수들은 11년만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 최명희는 "휴가 끝나고 통영으로 전지훈련으로 가는데, 가기 전 감독님 산소에 다같이 갈 생각이다. 감독님이 하늘에서 도와주신 덕분이다. 아마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다"고 웃었다.

새롭게 부임한 박항서 감독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박항서 감독은 박말봉 감독 후임으로 올 시즌부터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았다. 최명희는 "사실 선수들이 길게는 10년 넘게 박말봉 감독 밑에서 뛰었다. 아무래도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표팀과 프로에서 큰 성과를 거둔 분께 배운다는 기대도 있었다"고 했다. 박말봉 감독과 박항서 감독은 스타일이 크게 달랐다. 최명희는 "박말봉 감독은 뒤에서 지켜봐주는 스타일인 반면, 박항서 감독은 적극적으로 챙기시는 스타일이다. 경기장에서도 박말봉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셨는데 박항서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주문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열정이었다. 최명희는 "우리가 계속해서 우승 근처에서 멈췄다. 박항서 감독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심기 위해 많이 강조하셨다. 이번 우승이 그 결과"라고 했다.

내셔널선수권에서 우승의 물꼬를 튼 만큼 이제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최명희는 "우리가 지금 4위(승점 20)다. 하지만 선두 김해시청(승점 25)과 승점차가 크지않다. 15경기가 남은만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올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의 벽을 넘어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아마도 이번에도 박 감독님이 하늘에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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