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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제 가치를 인정해준 고마운 팀이죠."
2011년 K리그 드래프트에 신청했다. 그를 불러준 팀은 한 군데도 없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가나자와에서 1년을 더 보냈다.
보람, 행복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간. 정우재는 대학 문을 두드렸다. 2013년 예원예술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 프로무대를 향한 갈증이었다. "모든 선수가 그렇지만 하루 빨리 프로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벽이 높았다.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정우재는 억울했다. 자신도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우재는 "그 때 어린 마음에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왜 기회가 없을까' 원망도 했었다"며 "물론 선발 형들이 워낙 뛰어났지만 내게도 조금의 기회는 더 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짐을 쌌다. 방출 통보는 없었지만 피부로 느꼈다. "내 자리는 없었다."
또 테스트를 봤다. 이번엔 챌린지(2부 리그) 무대. 2015년 충주 험멜에 입단했다. 정우재는 "당시 충주에 있던 친구가 풀백을 구하니 한 번 테스트를 보라고 알려줘서 도전을 했다. 팀에서 좋게 봐주셨는지 다행히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엔 달랐다. 꾸준히 뛰었다. 리그 26경기에 나서며 1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둡기만 했던 삶에 나름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동료들과 기쁘게 축구를 했다. 무엇보다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서서히 입지를 다지던 정우재.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는다. 대구의 영입 제의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축구화를 신은 뒤 처음으로 받은 '러브콜'에 가슴이 뛰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니…, 평생 잊을 수 없다."
2016년 챌린지 37경기에 출전 3골-3도움을 올렸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렀다. 그리고 승격의 환희를 맛봤다.
이제는 당당히 제 자리도 있다. 올시즌 16경기에 나서 1골-3도움을 기록중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정우재'라는 이름값이 다소 생소할 뿐 실력만 놓고 보면 K리그 정상급 풀백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빠르고 힘이 좋다. 돌파력도 뛰어나다. 체력도 좋아 90분을 쉴 새 없이 뛰고 또 뛴다.
정우재는 "대구는 내 가치를 알아준 팀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대구를 위해 온몸 던질 준비가 돼있다. 앞으로도 지켜봐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