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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현(31·포항)은 K리그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이다. 올 시즌 외국인 공격수들이 점령한 K리그 클래식 득점 톱 10 중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울산에서 포항으로 둥지를 옮겨 13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린 양동현은 올해 벌써 18경기 만에 12골을 넣었다. 득점 페이스가 가파르다. 최근 7경기에서 7골을 폭발시켰다. 득점포를 가동한 경기는 6경기다. 양동현은 "수비를 가담하는 양이나 사이드 움직임이 많이 적기 때문에 득점 상황에서 호흡이 안정된다. 그렇다 보니 판단도 냉철해진다"고 밝혔다.
양동현은 올 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순호 감독을 만나 날개를 활짝 폈다. 일각에선 최 감독이 양동현에 맞춘 전술을 펼치기 때문에 득점수가 늘어났다고 평가한다. 정작 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양동현은 스트라이커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건 맞다. 그러나 한 선수에 맞춘 전술로 구성하지 않았다."
양동현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최 감독의 주문을 상기한 뒤 스코어링 포지션에선 반드시 슈팅으로 결정짓는다. 한 박자 빠른 슈팅도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양동현은 포항의 패턴 플레이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최 감독은 "득점 과정에는 여러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만들어서 넣거나 상대 실수에 의해 골이 들어갈 수도 있다. 또 의도치 않았는데 모르게 골이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선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패턴에 의한 골을 넣어야 한다. 복잡한 주문보단 기본과 간단한 움직임만으로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동현은 "항상 우리가 하는 훈련이 있다. 크로스가 될 때, 공이 어디로 이동이 됐을 때 선수들은 정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경기 중 얘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고 했다.
최 감독은 "골이 들어가지 않을 때도 참고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동현은 최 감독의 주문에 대해 "모든 공격수라면 마찬가지겠지만 다른 팀 선수가 득점하고 내가 못하면 심적인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감독님께선 멘탈적인 부분은 잘 잡아주시려고 하신다. '90분 동안 하나는 할 수 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기다리라'고 하신다. 내 축구인생에 그런 조언을 해준 감독은 없으셨다. 경기 중 그런 상황이 오면 감독님의 말씀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양동현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18골이다. 양동현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만 보고 간다. 득점 선두 싸움만 생각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다. 내 것만 신경 쓸 것이다. 중요한 건 18골을 먼저 달성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상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